샘터0 2015. 5. 28. 09:31
70대 캐나다남성 목숨 건진 사연

한인아내가 친지 통해 병원예약

느려터진 加 의료시스템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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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종양 판정을 받은 BC주 70대 남성이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캐나다에서 치료를 기다리다간 죽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살기 위한 한국행’은 현명한 선택이 됐다.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간 생명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고 바로 종양제거 수술을 해 결국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캐나다 의료진으로부터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는 말까지 들은 상황이라 더욱 극적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거드 트루벤바흐씨는 “한국을 가지 않고 캐나다에서 치료를 기다렸더라면 죽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루벤바흐씨의 결정에는 한인 아내 나오미 김씨의 역할이 컸다. 

그는 “아내와 결혼한 것이 행운 중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국영방송 CBC는 트루벤바흐씨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하며 캐나다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제기했다. 

트루벤바흐씨는 지난해 8월1일 목 뒷부분에서 자라고 있는 혹이 악성 종양이란 진단을 받았다. 당시 진찰을 했던 BC주의 애봇스포드 병원은 8센티미터 크기의 암 덩어리에 거즈와 붕대를 덧댄 상태로 퇴원시키며 BC암센터(BC Cancer Agency)와 약속을 잡아줬다. 

트루벤바흐씨는 약속된 시간에 암센터를 찾았지만 전문의를 보기는커녕 3주 후 다시 돌아오라는 통보만 받았다. 3주 뒤는 최초 암 진단을 받은 지 무려 8주가 지나는 시점이라 그는 다시 가정의를 찾았다. 

가정의는 다시 돌아온 트루벤바흐씨를 보고 매우 놀라며 “종양을 제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 당시 느낌으론 의료진들이 나에게 어떤 조치도 취해줄 수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곁엔 한인 아내 나오미 김씨가 있었다. 캐나다 의료시스템에 분노한 김씨는 한국에 있는 친인척들에게 연락해 대구 경북대학병원에 약속을 잡았고 바로 남편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결국 트루벤바흐씨는 9월15일 한국에서 12시간에 걸친 종양제거수술을 받았다. 종양의 크기는 첫 진단에 비해 2배 이상 자라있었다. 

수술을 집도한 경북대학병원의 손진호 교수는 “트루벤바흐씨의 종양은 제거 당시 지름이 20cm에 달할 정도로 컸다. 더 오래 방치했다가는 분명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좀 더 빠른 조치가 있었더라면 더 쉽게 제거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에 따르면 트루벤바흐씨의 암은 4기까지 악화된 상태였다. 

수술 후 트루벤바흐씨는 한국에서 3개월을 더 머물며 방사선 치료까지 받고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완치판정을 받고 캐나다로 돌아왔다. 

그는 “캐나다에서 그대로 있었다면 암이 뇌와 다른 곳으로 번져 죽었을 것이다. 한인 아내와 결혼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하며 아내 김씨의 손을 꼭 잡았다. 

김씨는 “한국행을 결심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운도 있었지만 남편이 지금 살아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트루벤바흐씨는 한국 친지들의 주선으로 의료비자 발급과 건강보험 혜택도 받아 병원비 총액 15만 달러 중 8천 달러만 부담했다. 

그의 한국행 사연은 진료 대기, 특히 암 환자의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 생사를 다투기도 하는 캐나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소식을 접한 한인들은 “무상 의료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너무나도 긴 대기시간이 캐나다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발행일 : 201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