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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기타 (Culture & Others )

'동성 커플' 김조광수-김승환…

by 샘터0 2013. 5. 23.
9월 결혼을 발표한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가 22일 tvN 백지영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다. /스포츠서울닷컴DB


[스포츠서울닷컴ㅣ성지연 인턴기자] 오는 9월 7일 결혼을 발표한 김조광수(49) 감독과 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30)대표가 토크쇼에 출연한다.

두 사람은 최근 진행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녹화에서 결혼 발표 후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해 국내 1호 동성 커플이 된 심정과 9년간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김승환 대표는 "공개 결혼 발표를 하는 날 순간적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며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겠고 이 순간을 기점으로 삶에 전환점이 올 거라는 생각이 들자 부담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이에 김조광수 감독은 "이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며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처럼 사회적으로 드러난 사람을 안 만났다면 조용한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김승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두려운 마음보다는 기대감이 크다"며 행복한 마음 또한 감추지 않았다.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은 "우리에겐 소위 말하는 '시월드(시집살이)'나 '처월드(처가살이)'같은 것이 없어서 좋다"라며 사회적 편견에도 당당하고 유쾌하게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또 결혼 후 두 사람은 서로 부모님에게 며느리로 불릴지 사위로 불릴지 등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동성커플만의 호칭 문제에 관해서도 궁금증을 풀어줄 예정이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이 출연하는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는 22일 오후 7시 전파를 탄다.

amysung@medi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ssent@media.sportsseoul.com


[티브이데일리 여경진 기자] 1981년 7월 영국 황태자 찰스와 다이애나의 세기의 결혼식이 열리던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동화 같은 결혼식을 보며 꿈을 꿨다. 때마침 한 남자 역시 세기의 결혼식을 목격했고 그 역시 꿈꿨다.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런 날이 오기를. 하지만 갑작스러운 성 정체성의 혼란은 그에게서 ‘결혼식’의 꿈을 앗아갔고, 그것은 다신 이룰 수 없는 환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남자가 꿈꿨던 동화 같은 결혼식은 32년 후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김조광수 감독(49)과 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30)의 동성 결혼식 기자회견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 야외무대에서 지난 15일 열렸다. 이날 대한민국 최초의 동성 결혼식 소식에 모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베일에 가려졌던 김조광수 감독의 19세 연하의 애인, 김승환 대표에게 관심이 쏠렸다.

지난 21일 같은 장소에서 만난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는 기자회견 때 보다 조금은 긴장 풀린 모습이었다. 나란히 붙어있는 둘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닮은듯했다. 그리고 행복해보였다.

“기뻤어요(웃음). 기자회견 끝나고 나니까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던데요? 결혼이란 건 이성애자에겐 너무 당연한 건데 게이인 저에겐 당연하지 않았던 거죠. 제 나이가 올해 서른, 결혼을 준비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이런 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 것만으로 기쁘더라고요. 기자회견 내내 너무 떨렸지만 후련했어요.” 

진정한 삶의 동반자를 찾은 것에 굉장한 흥분감을 느끼고 있는 김승환 대표의 첫 소감은 경쾌했다.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의 고백이 이어졌다.

“제가 동성애자라는 걸 깨닫기 전에 다이애나와 찰스의 결혼식을 보고 ‘우와! 저걸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깨닫고 나선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후에 제 스스로를 긍정하고 나서는 ‘언젠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건 저 혼자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를 만나고 나서 그 꿈을 꾸게 됐어요. 그로부터 (결혼까지)5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이 사랑스런 게이커플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했다. 옆 테이블의 다른 이성 커플들의 모습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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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는 다른 사람도 아닌,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동성 결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추진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거냐는 물음에 입을 모아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김조광수 감독은 “다른 사람들도 말했지만 우리 사회에 우리와 같은 성소수자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우리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는 것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동성 결혼식에 대해 쏟아지는 사회적 담론화에 대해 김조광수 감독은 “이 결혼식을 통해 사람들이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한 의무감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행복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거예요. 우리의 행복을 스스로 찾으려 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죠. 혼인신고 등 법적 보장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그 후의 일이예요. 그렇게 되면 우리의 행복을 법 테두리 안에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지 않겠어요?”

이들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 당장 실현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본인들의 행복을 위해서 권리를 찾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 같은 언급에 쏟아지는 여론의 긍정적, 부정적 관심 또한 모두 수용하고 있었다.

“이번에 재밌었던 건 누군가 악성 댓글을 달면 거기에 또 누군가가 반박 댓글을 달아주더라고요. 그 작은 변화가 정말 기뻤어요.”

김승환 대표는 악성 댓글에 상처 받지 않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결혼식에 꼭 참석해 달라”라는 말을 기자에게 전했다.

“많은 사람들의 비난의 시선이 있지만 좋게 보시는 분들도 많아요. 큰 힘이 됐죠. 특히 저는 청소년들이 우리 커플을 보고 ‘난 누군가와 결혼 하겠다’는 결혼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우릴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꿈꾼다는 얘기들이 가장 좋았어요.”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졌던 김조광수 감독의 대답 뒤에 경쾌하고 쾌활한 김승환 대표의 솔직담백한 답변이 이어졌다.

“전 우리 둘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가 가장 듣기 좋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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