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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생·각 시리즈 ( Gay's Opinion Series )

[3부] 게/이/생/각/ 모음집

by 샘터0 2010. 4. 20.

3부. 희망은 우리가 마음대로 가질수있는 최선의 삶


게이생각 4 1998-03-12 00:04 20 line
비오는날에는
일만하고 있기가 아까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가오는날이면 감정의 물결이 흔들린다.
이런날에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하며 보내고 싶다.
음악에 젖어보내고 싶다.
좋은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싶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야근하다 늦게 퇴근했다.
당신도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경험하며 사시나요 ?

게이생각 8 1998-03-18 23:37 19 line
I.M.F 여파로 사내 체육교양반 지원이 모두 없어졌다.
몇년전부터 섬진강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지난번 여행을 다녀온후로 줄곧 그 생각에 매달려 있었다.
사진영상의 해에 이끌어오던 사진서클의 공식적인 작업을
멈추어야만 할때,
나는 비로소 섬진강에 갈수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섬진강이 아른거려 충동질하던 날들은 이제 줄어들지 모르지만,
김용택 시인이 느끼던 섬진강의 숨결과,
보라빛 향기로 휘감아 도는 연분홍꽃잎들이 흐드러진 강가를,
한번 다녀온다고 잊을수 있을런지 .....
걱정스럽다.
당신도 봄을 기다리는 이유하나를 마음속에 감추고 있나요 ?

게이생각 10 1998-03-21 01:52 18 line
아침 출근길에 버스안에서 개나리가 활짝피어있는 담벽을 발견하게 되었다.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에
봄의 기운은 담벼락에서 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저 노란 개나리꽃들사이에서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올해는 어머님의 화사한얼굴이 더 주름지기전에
예쁜사진으로 만들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님의 고왔던 얼굴은 예전처럼 그리 밝아보이지 않아서 걱정스러웠는데...
올해는 봄꽃잎들을 배경으로 화사한 꽃구름색으로
어머님의 예쁜사진이라도 만들어 두어야 겠다.
언제라도 그 향기를 지니고 사는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당신의 봄도 가족의 품처럼 편안하고 따스하게 만들어 보세요 !

게이생각 15 1998-04-05 23:36 15 line
사람은 단순하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
자신이 알고잇는 세계 이외에는
모른다.
그런데도 마치 모든것을 알고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모르고있는 사실이 더 많다는것을 깨달았을때는
다시 시작하기에는 늦은시간이라는것을
그래도 다시시작할때가 가장 빠르다는것을
단순하게 알게되는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
당신도 무지함으로 자말하던 때가 가끔기억되나요 ?

게이생각 16 1998-04-08 00:17 17 line
지난한해를 신규업무에 쫓겨 일벌레처럼 강압적으로 지낸후에
가장 하고싶었던것은 여행이었다.
사진촬영을 오랫동안 접어두어서 감각도 다시 녹슬어있었고
황폐한 가슴만이 서리맞은 빈들녘마냥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휴식 얼마나 소중한것인지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기분대로 생각대로 물흐르듯이 휴식하는것에만 열중해왔다.
휴식은 또다른 충전의 시간이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 접어둔 책을 꺼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읽는 습관을 잃어버리고 난후에 책을 다시 붙잡기가 얼마나 힘든일인지
몇분간이라도 책에 집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좋아하는 책을 보는 재미에 빠져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당신도 나빠진 습관을 되돌리려고 노력해본 힘든경험이 있나요 ?

게이생각 17 1998-04-10 01:20 30 line
어제 받았던 전화 한통이 늘 맘에 걸린다.
어머님께서 직접 어떻게 지내는지 전화를 주셨다.
나의 그 불만투성이의 거치른성격이 또 어머님을 자극하게 만든것 같다.
너는 성깔이 나빠서 여자애인하나도 못만들거라고 핀잔을 주시기도 하지만,,
너의 그 날카롭게 보이는 차거운 인상이 되먹지않은 인간성때문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어머님 만큼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 이세상에는 없을거라는것을 안다.
예전에는 어머님이 받으실 상처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은채로
일부러 상처받으실 말들도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어머님이 나때문에 상처받으실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릴줄 알게되어서 더 가슴아프게 남는다.
차라리 내가 가슴의 상처를 입고 마는건데...
차라리 나 혼자만의 상처를 입고 마는건데...
내게 너무 잘해주시니까..
나를 사랑하시는것을 너무 잘아니까..
나는 그런 이유로 내맘대로 쉽게 아무렇게나 행동했던것 같아서
나는 하루종일 우울했었다.
어머님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이제는 나때문에 상처받으며 살지 마시라고,,,
저도 이제는 어머님의 연약한 모습이 마음아파서 이렇게 우울하다고...
당신도 무한한 어머님의 사랑앞에 무모한행동을 했던때가 있었나요 ?
...
사랑합니다

게이생각 19 1998-04-13 00:35 17 line
요즈음 바쁘게만 돌아간다.
해야될일도 많고 할일도 많고 벌려놓은일도 많고...
마음대로 시간을 쓰기가 힘들어질때
나는 무엇엔가 이끌려다니는 사람인것같아 힘들다.
시간에 이끌려다니고
돈에 이끌려다니고
사람에 이끌려다니고.....
스스로 선택해서 사용할수잇도록 준비하지 못한
그런 어리석음에 이끌려서 사는날은
나는 죽은하루라고 생각해야 한다.
당신도 당신의 최악의날엔 당신이 만든날이라고 생각한적이 있나요 ?

게이생각 24 1998-04-29 22:19 16 line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과 시작할때
어디서 만났느냐고 물어볼때가 가장 많다.
사람사는 골목이 거기가 거기이면서도
그사람의 어떤점들이 맘에 드는것인지
그사람은 어떤사람이라고 느껴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물어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른사람의 중대한 일들을
가벼운 이야기소재거리로나 ,농담거리정도로서 필요한정도에 더 관심을 보인다.
사람을 진심으로 가볍게하는것은
다른사람의 중대한 사안들을 아주 가벼운 농담대상으로 삼는일이다.
여러분도 당신의 중대한 사안들을 가볍게 생각하신적이 있나요 ?

게이생각 29 1998-05-19 21:26 27 line
"자살의 미학".....
내가 한때 자살을 생각할때 읽었던 책이다.
제목처럼 그저 자살하는 동기와 행동들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내가 그책을 읽고 도움받았다고 생각한것은 자살이 두렵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젊은시절에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 자라본 사람은 없을것이다.
누구든 어떤면에서건 좌절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일어선다.
왜 일어서냐고 ???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이기 때문이다.
삶은 그런것이다.
좌절과 번민에서 헤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다가도
짧은 웃음과 행복한 순간들을 기다리며 사는것이다.
아픔을 모르고 사는것은 짐승같은 삶일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파하며 자라는것이고 그 아픔으로 성장하게 된다는것을
먼 훗날 언젠가 깨닫게 된다.
현실은 늘 아픔이다.그러나 현실에서 사는 우리의 마음은 희망에 차있어야 한다.
희망은 우리가 마음대로 가질수있는 최선의 삶이니까....
당신도 희망을 마음대로 가져가고 싶을때가 있겠지요 ?

게이생각 31 1998-05-23 00:03 23 line
나는 사람에대한 관심이 많은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사람들의 현실과 실제 경험한 이야기나,
그런것들에대한 영화나 드라마들이다.
사람과 인간 .....
나는 그런류에 대하여 상당히 관심을 보였던 때가 있었고,
언제나 그런 류의 다큐나 현실을 만나게되면 관심을 보이게된다.
사람들의 삶이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살아가는 삶보다
내가 경험할수 없는 삶이 나의 호기심을 끌어당기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에 대한 호기심이 각별하다.
나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더뷸어 사랑을 주제로하는 테마를
좋아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는
그 사람들의 애절한 사랑이나 말하지 못하고 묻어둔 가슴속의 사랑까지
내 스스로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그 감정들을 즐기는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하는것은 아닐까 ?

게이생각 32 1998-05-25 00:57 46 line
나는 사소한 일에 신경쓰는 것을 디게 싫어하는편이다.
어떤일을 하더라도 우선순위나 비중을 두고 하는편이다.
사소한 일이란게... 정말 사소한 일로 되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할때는 그렇다.
내자신이 무엇에 가장 비중을 두어야 할때인지
혹은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염두에두고 생활하는 방식이다.
그게 편하다 내 자신은 ...
가령 무엇을 해야할 때는 집안일에나 내 자신의 모습은 멀리에 던져두고
그저 내가 해야할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선순위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그 우선순위라는 것을 항상 젤 먼저 고려해야하는 대상으로서
인간이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더라도 그일을 하면서 사람이 쓰러질 정도라면
나는 그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불편해지더라도 그것이 어떤사람에게는 중요한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사람을 먼저 고려한다.
나의 생각은 늘 사람보다 귀중하고 가치있는 것은 없다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가치관들이 항상 옳다고는 생각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가치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고싶다.
내가 부족하게 가지더라도
인간답게 살아가고 싶은 삶이니까...
나는 그래서 사소한 것에 늘 신경이 없는 편이다.
사소한 일에 대해서 요구하면 하는대로 그냥 들어주고
내가 해줄 수 있다면 손해가 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사소함에 내 삶의 많은 시간을 허락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내 삶의 시간들은 사소함보다는 소중하고 가치있게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그런 가치들로 꽉 채우며 살아가고 싶은 까닭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런 사소함들로 내가 힘들때를 만났을 때
나는 시간이 흐른 후에 좀더 좋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것을..
우리 인생에 있어 사소함들로 피곤해지고 싶지 않다는것을...
나는 내 안에서 자라는 삶의 희망들을 위해 더 소중한 가치를 갖고싶다는 것을..
당신은 작은일에 쉽게 분노하거나 매달린다고 생각할때가 없으신가요 ?

게/ 이/ 생/ 각/ 37 1998-06-16 06:25 43 line
지난주에는 직장후배의 부친상소식을 듣고 저녁에 다녀왔었다.
그전날까지도 결혼날짜를 잡았다면서 호프한잔하며 저녁을 씻어내리던 후배였다.
여자친구를 만난지 10여년이 되었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지만,정작 아버님에 대해서는 지병이 계신것으로만 알았는데..
그친구의 아버님이 새벽에 운명하셨다는 이야기와
늘 그렇듯이 사회의 관습처럼 상대방과의 마음의 거리정도에 따라
별의미도 없는 형식으로 다니게되는 애조사의 하나이었다.
나는 그후배와의 연관성도 있고해서 방문을 한것 이었지만,
또하나의 이유는 그날 있었던 술약속을 피하기 위해서 굳이 그날 참석했다.
동료 몇몇과 함께 방문한 영안실 한켠에 마련된 빈소에
국화꽃 한송이를 올려놓고 향을 피우고 .........
후배의 눈가에는 눈물이 주르륵 미끄러져 나왔다.
내가 들어오기전에도 상주인 그 후배의 얼굴이 보이지않아서
어디간것일까 궁금해했는데, 알고보니 눈물을 참지못해 얼굴을 씻고 온것이었다.
그녀석은 효자라는 생각을 한다.
묵직한 성격에 자신의 불평을 함부로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그런성격안에도 아버님에 대한 각별한 효심이 많았던것 같아 보인다.
그 친구의 가족들은 이미 각오하고있었던 일이라
별로 충격이 없었던것 같아 보였는데...
그 친구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한사람에 대한 슬픔을 저렇게 솔직하게 본적은 별로 없는것같다.
대부분은 장례식이 끝난후에 시간이 지나서야 느껴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결혼식 날짜를 잡아놓고도 그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것이
안타까운 마음이어서 그랬을까...????
한국사회에서는 결혼하지 않는것 자체가
부모님들의 정서에서는 가장 큰 불효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후배의 초상집을 방문하고 나오면서
그 후배의 닭똥같은 눈물을 보고나니 가볍게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내 눈을 가린다.
당신도 한사람에 대한 깊은 슬픔으로 눈물을 흘려보신적이 있나요 ?

게/ 이/ 생/ 각/ 42 1998-06-30 22:18 85 line
장대비가 쏟아진다.
늘 새벽녘에야 잠을 청하던 오랜시간동안의 습관들을
거꾸로 새벽에 시작하는 생활로 바꾸려니까
쉽지가 않다.
잠을 일찍자려고 해도 쉽게 잡이오지 않고
빗물이 돋는 창가의 빗소리가 잠을 청하게 놓아두지 않는다.
10여년전에 회사에 입사하면서
내나름대로의 막연하지만 대략적인 삶의 목표가 있었다.
이제 공부를 않해도 된다고 제일 좋아했었고
내가 하고싶은것만 실컷해도 되겠다고 좋아했었다.
학생이라는 가난한 생활은 언제나 마음대로 무엇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고
늘 빠듯한 용돈으로 책이나 옆에끼고 다녀야 했던시절이었다..
(하기사 ,학교등록금자체도 커다란 덩치로 언제나 큰부담이 되었었는데... )
나는 그랬다.
내가 사는삶은 돈이나 권력에 욕심을 두지않고
내가 하고싶은것들을 신나게 하면서,
내 삶을 풍요롭게 살고 싶었다.
글쓰기,그림그리기,악기배우기,요리배우기,수영배우기,칵테일배우기,여행하기....
내가 하고싶은것은 온통 세상살이와는 전혀 상관없는것들이었다.

나는 나이 40에서 50이 되어도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릴줄아는
그런 사람으로 사는것이 나의 가장 이상적인 삶의모델이었다.
그런생각들로 꽉찬 나는 직장생활안에서 항상 이질감을 느꼈었다.

직장인들이란 그저 조직의 틀에 맞추어져가는 기계부품같은 생활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사는법을 잘 몰라서
주말이면 할일이없어서 고민한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도대체 일하는것만 인생의 최고의 목표인것으로 생각하고
일하지 않으면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심심해하는 사람들이
내눈에는 한심하기만 한것이 당연한 노릇이다.

나는 처음부터 직장생활을 10년만하고 집어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이라는것이 도무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방식과는 딴판이라는것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그전부터 나는 조직에 얽매여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나는 주말이나 휴일만되면 어디든지 떠나야하는 사람이 되었고,
내 친구들을 꼬드겨서 여행다니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친구들은 나의 역마살같은 방랑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나는 내나름대로 혼자서 즐기는 방법을 개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사회친구들과 어울려서 (물론 남,여구분없이 ..)
음악회나 전람회나 아니면 재즈빠,자연농원,극장...등등....
아무튼 무엇이든 새로운것을 배우는것을 좋아했다.
심지어는 여자친구가 요리배우러가자고해서 같이 다닐정도였다.
나는 이제 명퇴신청서를 제출해버렸다.
이미 10년전에 나의 인생은 다른모습으로 살거라고 장담하고 살았지만,
명퇴신청서를 내놓고 나니 생각이 갑자기 많아졌다.
이젠 정말 내방식대로의 삶을 살아갈 기회가 온거라고 생각하던터라
전혀 두려움이라는것을 느끼지 못한다.
직장동료들이 이어려운 시기에 가뿐하게 명퇴신청해놓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다니는 내게 많이 놀라는 표정들이다.
왜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지...
귀찮을 지경이다..

무얼할거냐.. 좋은계획이 있느냐.. 결혼이라도 하고 나가지...
이렇게 안정적인 회사를 왜 그만두느냐...
모 그런식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며 사는것이라는것을...
나는 내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사는 방법을 선택한것 뿐인데...

10년전의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사는것 뿐인데..
자신을 가장 잘아는 사람은 바로 자기자신인데...
비오는날은 감정의 물결이 출렁거린다.
퇴근길에 직장동료에게 걸려온 전화한통이 그냥 기분좋게 들린다.

" **** 씨...공모전 사진 입선밖에 않되었데.. 술사야쥐..... ! "
기대하지도 않던 소식이 들려와서...그런가보다.
<< 백수의 길을 걸어야할 운명을 앞두고...기분이 좋아서 >>

게/ 이/ 생/ 각/ 43 1998-07-08 20:18 44 line
비가온후의 바람은 참 상큼하다.
짙게 깔린 푸르른 가로수들이 가슴을 들뜨게 한다.
사무실 창가에서 구름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이 뛴다.
비가온후에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구름들은
소년이 맞이한 신기루처럼 가슴뛰게 한다.

구름이 아름다운 날은
내눈은 이미 카메라렌즈가 되어 구르고 있다.

지리한 장마가 지속되는 날에는
서울역 버스정거장 푯말아래에 쪼그려앉아 컵라면을 먹고있던
아버지같은 사람들의 초라한 하루는 어떻게 보내어지게 되는걸까..
비를 피하기위해 어디론가 찾아들어
촛점잃은 눈으로 내가본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가장들이 일터에서 쫓겨났을때
가장먼저 느끼게되는때는 아침에 갈곳을 찾는일이라던데...
이땅의 아버지들은 참 초라하다.
지금은 가진것 하나 없어서 더 초라하다.
언제나 가족이라는 무게의 짐을 등뒤에 감추어둔채로
항상 약해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 무의식속의 자책들을 볼때면
이땅의 아버지는 참으로 초라한 존재들이다.
군부정권이 역사의 무대로 사라지고 난후에
민간인을 표방한 정부가 들어선후에 나타난 가장 뚜렷한 현상은
국민의 생존권이 길거리로 뛰쳐나오게 되었다.
너나 가릴것없이 하루하루가 버거워지게 죄어지는것은
때로는 군부정권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이비가 그치면 이제 달라져 있는것은 많아질것이다.
비가 그치고 나면 뙤약볕 햇살이 강하게 창으로 후덮지근한 공기를 끌고
덮치고 말겠지만, 우리의 생활도 그만큼 죄어오게 될것이다.
준비없이 진행하는 정부의 무사안일한 정책들이
대안없는 생활을 지속하게 만들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비오는 날은 잡생각이 많아진다.
앞이 보이지않는 현실의 터널은 어디까지 깊어져갈것인지
그 터널의 입구에서 여유를 가져보기는 쉽지않은일이다.

게/ 이/ 생/ 각/ 44 1998-07-11 02:59 55 line
명예퇴직을 신청해놓고도
금융권 퇴출로 인해 비상대기상태이어서
정기휴가도 써보지도 못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매일매일 인사하고 점심약속 스케줄 관리하고
술을 못마시는 나는 저녁스케줄을 없애느라 고심하고 있었지만
만들어서 알려주는통에 빠지지도 못하고....
증말 술만마시는 인간들은 얼마나 힘들까...

오늘은 아예 술에 취해서 뻗어버렸다.
회사앞에서 2차를 하다가
오바이트 날것같아서 회사화장실에 들어갔더니..
왜 이렇게 속이 아프고 괴로운지
세상에 이렇게 힘든경우는 첨이다.
화장실 좌변기에 걸터 앉아서 산모도 아닌것이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오고

이사님들과 부장님들이 주신잔을 피하지도 못하고
다 마셔버리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나...
근데 술못먹는다고 쬐금만 달라고 애교를 떨어도
내마음인디 술은 다 채워야지 하면서 가득부어버린다.
술자리에서마다 나는 술 못마신다고 한잔으로 버팅겼는데....
오늘은 완존히 맛이갔다.
회사 화장실에서 오바이트하고 눈가에는 눈물만 그렁그렁하고...
속이 얼마나 아프고 어지러운지
술먹는 인간들은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이제 지긋지긋한 술먹는 스케줄은 끝났다.
사람들마다 퇴직하면 모할거냐고 물어보지만
대답은 똑같다...
일단 쉴거라고 ......
그리고 생각해보겠다고..
일일이 대답하는것도 귀찮고 또 물어오는것을 미리 차단하기위해서
그냥 백수로 살거라고 대답해버린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이사님이 나에게 좋은 생각을하고 있는줄도 첨 알았고
나를 아껴주던 부장님이 몹시도 서운해 하시는것도 첨 알았다.

나를 아껴주던 분들께는 내가 나가더라도 연락을 드리겠다고
나중에 찾아오면 밥이나 좀 사주세요 하면서 밥걱정은 덜어놓고 왔는데...

술에 찌들어서 고통스럽게 비비작 거리다가
이제야 깨어났다.
아 ! 이제 나는 민간인이다. 백수다 !
자유를 누리리라...

게/ 이/ 생/ 각/ 45 1998-07-13 23:23 39 line
나에게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가지고있는 내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사회안에서 내가 가진 모습들은 한구석으로 밀어내면서까지
사회의 조직속에 충실한 모습으로만 살아야했던 시절은 버리고
나에게로 초대받으며 살고싶다.
농부들의 땀방울들이 소중하게 느낄줄 아는 가슴도 열어두고
아침마다 음악소리에 가슴을 울리며 눈뜨는 아침의 감동도 만나고 싶고
지하철의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천원짜리 한장을 넣어줄수있는 마음도 열고
내가 조금 더 피곤하더라도 나이드신분앞에서는 양보할줄아는 마음도 열어두고
이제 그렇게 조금씩 여유를 되찾으며 나의 모습대로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늘 바쁘게 사는것이 자랑스러워야할 이유도 없는것인데
세상은 바쁘게 바쁘게 숨고를 시간도 없이 그렇게 자극하며 생활하게 만든다.

여기저기에서
처자식들과 이 어려운 경제한파에 고개숙이며 사는 친구들도 만나고
수박처럼 시원하게 가슴을 터놓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들을 만들고
예전의 우리가 그랬던것처럼
세상이 우리를 억누르려고 할때에도 우리가 세상을 그대로 살아가지 않았던것처럼
어려운 세상은 마음과 마음으로 비비며 건너가게 해야겠다.
잠깐씩 생각을 거꾸로 바꾸고
내자신을 푸른바다속에 담근채로 상상속의 나라에 내버려두고 나면
이 세상이 어지럽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나는 예전의 내가 될수없을지라도
그 때에 가졌던 감성들과 희망들을 그대로 되돌아보고 싶다.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강의 발원지를 찾아가는 여정만큼이나
구불구불한 예측할수없는 길들을 걸어가야할 시간들이다.
당신은 가끔씩 당신의 모습을 잃어버린적이 있나요 ?

게/ 이/ 생/ 각/ 46 1998-07-16 22:54 74 line
나는 백조다.
원래 백수는 백조처럼 살기마련이다.
겉으로는 편안한 팔자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는 온갖 발버둥을 치며 현실을 벗어나려고 몸부림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수는
할일없어 잠이나 실컷 자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가끔씩 안부를 묻는전화도 받게되고
연휴에 놀러같이 가자는 전화도 심심찮게 온다.
하지만 백조는 바쁘다.
에전에는 조직에서 주어진 자신의 일만 하면 다 끝나버렸지만
이제는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해야 하기 문에
머릿속은 멀티 동영상이 수시로 지나가고 있다.

퇴직을 하고난후에 나만의 일을 시작하고 나만의 시간을 준비한다는것이
재미가 솔찮다고 생각하는게 내 생각이다.
직장다니면서 실컷 쉬고 싶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었던가...
지금의 휴식은 새로운 충전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을 어떤모습으로 살아갈것인지 또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환경은 언제나 변해갈것이고
내 모습또한 지난 10년동안 많이 변했을것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다,고통이다라는 말만 곱씹고 살아갈런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또 다른 기회가 되어줄수도 있을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변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어줄것이다.
어쩌면 직장생활은 안전한 보호망속에서 양육된 시간일것이다.
조직에 의해 양육된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분주하게 이런 저런 세상을 밟아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조직의 한계안에서 조심스럽게 살아가던 모습을 떨쳐버리고
넓은 세상의 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덧 씌워야할 새로운 안목과 감각이 절실하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 집회를 하는 노동자의 투쟁하는 노랫소리를 듣고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것인지 모르겠다.
그뒷줄을 지나면서 같이 손을들어 힘차게 하늘로 뻗으며 구호에 장단맞추어보니
오랫만에 세상속에 사는맛을 보는것 같다.
우리 언제나 이런일들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할수있는 날이 올수있을까...
선선한 바람이 온몸을 어내리며 내 가슴을 털어낼때
참 우연하게도 같이 퇴직한 동료를 만나게 될줄이야....
세상은 그렇게 사는것인가 보다.
잊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생각속에 분말가루처럼 묻혀 지내는 세월을
가끔씩 부딪히며 사는것인가 보다.
아무튼 직장 않나가니까 살맛 난다.
왜 세상은 나에게 이렇게 편안한 휴식을 주는걸까...
아마도 21세기가 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겠지...히히히
직장생각이 날때가 있냐구요 ?
그런 씰데없는 생각을 내가 모하러 하겠어요 ?
내 자신을 생각하기에도 바쁜날인데...

< 놀다보면 세상이 다 보여요 ! >

게/ 이/ 생/ 각/ 49 1998-07-21 10:29 70 line
아직은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을 맞이할수 있다.
아침을 나서는길에
배가볼록해서 거의 해산달이 다 된것같은 임산부와 손을 꼭 잡고 가는
신혼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저 그냥 손만 꼭 잡고 가는것이 아니라
쉴새없이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며 손을 꼭 잡고 가는모습이
그들의 애정이 아직도 많이 넘쳐나기 때문인것같은 정다운 모습이다.

아침의 출근길은 늘 바쁘게 허둥지둥 다니는것이
일상적인 도시인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는것이 참 부러웠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아침을 함께 즐기며 시작하는 신혼부부의 아침이
이 어려운 난국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참으로 보기어려운 아침의 표정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것은
선한 인상을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가 두손을 꼬옥 잡은채로
산책을 나선 모습을 만났을때이다.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도 아직도 잘 모르지만
분명한것은 삶의 끝에서 만나는 모습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대신하는 모습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마즈막부분에서도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이를 먹어갈수 있다는것은
그동안의 생활들을 나름대로 아름답게 가꾸어왔기 때문일것이라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할머님의 그런모습을 만나면,
나는 그런분들이 너무나 존경스럽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우리가 젊다는것을 내세워 늘 아름다운척 살아가며 허세를 부리는것이
평화롭고 선량한 모습으로 세월을 맞이했던 그분들의 모습에 비하면
말할수없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다는것은 그렇게 화려한것도 아니고,
젊다는것이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만은 아니라는것을 느낄때마다
우리는 젊음이라는 진통제에 취해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젊다면 무엇이든지 부딪혀서 극복하려는 패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젊음은 물리적인 나이가 가져다주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유연하게 활동적인 포용력으로 넓혀져있을때 가져다주는것일게다.
사실 나도그렇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너무 연약하게만 자라는것인지 모른다.
무엇이든 원하는것은 다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것으로 느껴질때도 있다.
그러나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원하는것을 찾아나설수 있는 힘이
젊음일것이다.
젊음을 낭비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있다.
젊음을 방종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있다.
젊음을 자만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커다란 인생의 삶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것이다.
우리에게 놓여진 기다란 인생의 여정중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생각해볼때 젊다는것만으로 자만해서는 않될일이다.

우리도 언젠가 나이를 먹어가겠지만,
나이가 들었을때에도
지난날의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아름다웠노라고
아침마다 나즈마한 뒷동산을 산책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두손을 꼬옥 잡고
작은 음지에서 자라는 풀잎들과 인사하며,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통하여 전하여지는 영혼의 메시아를 함께 느끼며
살아갈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왜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가 !

게/ 이/ 생/ 각/ 53 1998-07-27 01:19 105 line
비취색 하늘이 한없이 맑다.
하얀 구름이 선명하게 하늘에 섬처럼 널부러져
바람을 타고 유유하게 흐르고 있다.
하늘이 맑은날에는
세상이 맑아보인다.
그늘진 세상사람들의 표정을 밝히러온듯이 맑게만 보인다.

오후에 집을나설때도 나는 하늘까지 져다볼 여유가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계단을 다 올라선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하늘의 구름이 이렇게 맑은날이 있을까...
서울의 하늘이 이렇게 맑은날이 있을까...
이런날에는 나는 카메라가 생각난다.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건데..
아깝다는 생각들이 가슴을 가득채우다가..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친구의 차를타고 한강고수부지로 향했다.
고수부지에 도착하니 구름이 조금씩 밀려나버리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흔치않은 구름이라 고수부지에서 몇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고수부지 중간의 풀숲속에 앉아 광각렌즈로 풀잎을 아래로 깔고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철탑구조물을 넣었다.
( 아마 이것은 한전에서 공모하는 전기관련 사진전에 낼수 있을거라고 믿으며..)
그리고 렌즈를 바꾸어 가방을메고 삼각대를 메고 자리를 이동하는데
코스모스가 가득한 한켠에서 자전거에 가방을 싣고온 아저씨가
촬영을 끝내고 일어선다.
가방크기로 보아하니 경력이 꽤나 되는 프로적인 냄새가 난다.
( 경력이 붙을수록 장비가 많아지는것을 보면,.. 대충알수있다 )
아저씨는 얼마나 되었냐고 묻길래 저는 초보라고 말했더니
이렇게 저렇게 찍어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않그래도 어떻게 찍을까 고민하며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 물어볼때 초보라고 말하면 젤 많이 갈켜준다..한국에서는 ..)
코스모스 무리들을 아래로 깔으면서 다른물상들을 감추어버리고
하늘의 구름만을 제대로 살릴수있도록 로우앵글로 코스모스를 넣고 하늘을
잡았다.
이런 풍경을 쉽게 이런 한강고수부지에서도 잡을수 있다니...
참 아이러닉한 광경이지만...
코스모스의 하늘거림과 푸른하늘을 이 뜨거운 여름에 맛본다는것이
별미를 맛보는것처럼 상큼하고 이 사진은 좀 건져낼수 있을것같은 감이든다.
한강고수부지에 가면 푸른잔디가 참 좋다.
잔디의 질이 좋은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지천으로 널린 푸른풀잎들의 모습이 눈에 확 감겨들어와 참 시원하다.
이렇게 푸른잔디에 앉아서 독사진을 찍어주면
참 안정감있고 좋은 배경으로 찍을수 있는데....
혼자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안타깝다.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햇살도 제대로 영글어지지 않았고
물상들의 빛도 렌즈로 부딪히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시간이라
한강고수부지 바닥에 앉아서 흐르는 강물결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아픈 기억들이 나를 짙푸른 한강물밑으로 밀어넣고 만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난 왜 아직도 이렇게 눈물이 날것같은지 모르겠다.
아직도 다하지 못한말들이 가슴에 늘 묻혀져 있어서
혼자서 가슴이 아련하기만 하다.
저 깊은 강물결이 내 슬픔인것만 같아 더 가슴아프다.
파르르하게 떨리는 물결속에서
내 아픈 상처를 길어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람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상처는 깊어지는것인가 보다.
내게는 그다지 잘해준사람은 아니었지만
좋은기억으로 살아가자고 말해주던 사람..
나는 그사람만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다.
아직도 하고픈 말이 늘 귓전을 떠돌고 있지만
그렇게 멀어져간 사람이 왜 갑자기 보고싶어지는 걸까,..

강물속을 바라다보면 깊이 빨려들것 같다.
강물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짙푸른빛으로 깊어지는걸까..
아런저런 생각을하며 한강고수부지에 앉아있다보니 쓸쓸하고 처량하기만하다.
아직도 실업자라는 감도없이 그저 바쁘기만한 일상들을 지내다보니
그동안 어머님과 형제들에게도 제대로 신경도 못쓰고있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이 어려운 한파를 다들 잘 견디며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내가 명에퇴직했다고 말하면 다들 정신나간 놈이라 하겠지..
학교다닐동안 그래도 나를 지켜주었던 형제들인데..
모라고 설득해야할까...
실업자 생활하다보니 바쁘기만 소리나게 바쁘고
얻어지는 결과는 별로없는것 같다.
오늘도 한강고수부지 바람은 시원하다.
도시에서도 이렇게 시원함을 맞이할수있다는것이 반갑다.
오늘도 그리움으로 눈물짓는다.
그리움이 떠오르면 눈물부터 돋아나는 가슴이 늘 시리기만 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없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잇는것이겠지..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것이지..

게/ 이/ 생/ 각/ 54 1998-07-29 10:00 36 line
세상속을 걸어다니다 보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요즈음 가장 많이 부딪히는 사람들 모습은 실업자들이다.
서부역쪽을 걸어나오다보면
담장울타리나 벤치마다 노숙자들인지 행려자들인지
구분할수없는 모양새로 벌건 대낮에도 무기력하게 누워 눈을감은채로
지내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 험한 세상을 살다가 쫓겨난 사람들처럼
아무런 희망과 의욕도없이 지내는 무기력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생각은 어떤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사회나 조직속에서 밀려난다는것은 그런기분일것이다.
이제 더 이상 추락할것이 없는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적한 길위의 풀밭그늘에서 간단한 요기로 점심을 해결하는 가장의 모습을
만났을때 참 당혹스러웠다.
실업이 가장의 모습을 저렇게 만드는것이구나...
그래도 가장의 무게를 유지하기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있는
저 사람은 그래도 희망이라는 끈을 잃지 않았다는것으로 위로해야할것 같다.
나도 이제 세상사람들속으로 무작정 걸어다니다 보니
예전의 보호막그늘에서 생각하던 세상과는 차이를 느끼게 된다.
누구나 어려울때가 있지...
그러나 그런때를 거치지 않고서 인생을 보람되게 살아본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그런 인생의 끝자락까지 밀려와있다는 고통들이
언젠가 다시부활하는 힘으로 축적되고 있다는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들에게도 작은 희망이라도 만들어 줄수 있었으면...

게/ 이/ 생/ 각/ 55 1998-08-01 01:10 46 line
내 그대를 기억함이
창가를 두드리는 빗소리만 같읍니다.

아직도 나즈막하게 나의 심장을 두드리며
이 땅으로 전율하는 떨림으로
밤하늘을 적시고마는 이 툰탁한 부딪힘의 음성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빗물이라면
그저 묵상하며 바라볼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툰탁한 음성들일것입니다.

이런 비오는날의 긴밤의 시간을 오랫만에 즐겨봅니다.

소리없는 묵상앞에
내 자신을 세우는것은 참으로 고통스런일입니다.
기억 저편의 묵상들을 떠 올리면
어느새 예리하게 찔려버리고 마는 이 깊은 상처의 신음소리를 흘리면서도
아직도 녹이 슬지않은 이 칼날은
눅눅한 세월의 습기를 아직 덜 먹었던것입니다.

아련함과 애절함 그리고 그 순수함의 진실이 외면되는 아픔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아파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읍니다.
그 기억의 그물에 던져지게 되면
세상은 온통 가시에 찔린 아픔같기만 합니다.
빗소리에 실어보는 내 감정의 흔들림들을
이제는 잊혀져야 할 강물이라는것을 알고있지만
가슴을 파고 또 묻어두고
가슴을 한겹씩 더 깊이 파고
가슴을 더 겹겹이 싸서 묻어두어도

빗줄기마냥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그 기억들은
내 마음 그 깊은곳에 쓰러지는 풀잎으로 누워 있읍니다.
이렇게 아픈 진실을
혀 깨물고 낙하하는 빗물로 다가와
내 머리를 온통 휘적시고 마는
비오는 날의 긴밤은 슬픈 사랑이 세상밖으로 실려 나갑니다.

게/ 이/ 생/ 각/ 58 1998-08-04 20:46 62 line
시쓰는 집배원의 다큐를 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해본다.

함양 산골에서 집배원 생활을하며 시쓰며 사는 생활이 참으로 부럽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그때가 생각난다.
글이 쓰고싶어져서 글쓰기에 몰두하던 시간들..
너무나 예민했던 신경들로인해서 나는 많은 고통을 앓고있었던 시간들이기도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편지로 주고받던 이야기들이 불어날때
나는 언제나 집배원아저씨가 오기를 기다리곤 했었던......

그때는 나도 시인이 되고싶었는데...
그래서 맑고 고운 언어들을 휘감아내리는 그런 시어들로
하루를 채우며 살아가고 싶었었는데...
그런 삶을 선택한다는것이
이 도시의 현실에 묻혀살면서 덕지덕지 가득한 욕심이 앞서서
쉽지 않았던것을
나는 이제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못하고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지내고 있었던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만큼의 글을 쓸수밖에 없다.
그래서 글을 읽다보면 그사람의 인생의 냄새까지도 쉽게 짐작해볼수도 있다.
삶이란 단편적인 성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연속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진 그사람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생각해본다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될수 있겠지만...
이름없는 산골에서 인생의 향기를 진하게 담아내는
진솔한 삶의 글들을 맞이할수있다면 참 향기로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제 도시의 오염된 공기속에 그대로 오염되어간
생활에 젖어있는것만 같다.
왜 이렇게 내가 살아왔던 환경들을 쉽게 버리려하지 못하는것일까...
아마도 아직도 구차한 욕심덩어리들이 나를 놓아두지 않기때문이겠지..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사람처럼 많은 욕심들을 머릿속에 새겨두고있지만
사실은 많은욕심을 가지고 위장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생활은 활력을 얻지 못한다.
항상 물질의 껍데기에 시달려가며 다른사람과 비교하는 생활이 익숙해져서
모든 사물을 계층적으로 계량적으로 판단하려는 잣대가 먼저 앞선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야하는 생은
보이지 않는것들과 수치화할수없는것들과 분별되지않는것들의
소중한 모습을 간직한채로 동일한 틀속에서
살아가며 동일화되어 가는 모습일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왜 저런 산골에서 살아가려는 생각을 이제 하지도 못했던것일까..
예전에는 그런 생각들을 염두에두며 언젠가는 돌아가야할 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나는 이도시가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안락함의 환락들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할만큼 중독된 도시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중독된 도시를 이탈하기가 두려워질정도의 나태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나태함과 안락함에 족쇄처럼 정신을 채우게되는것 같다.
산골소년의 생활이 얼마나 아름다운것인지
드넒은 토지의 품안에서 뛰어놀수 잇다는것이 얼마나 풍요한 삶인지
이제는 생각에서조차도 잊어가며 사는까닭인가 보다.

게/ 이/ 생/ 각/ 59 1998-08-06 10:05 62 line
쉬는듯하다가 다시시작하고
시작했다하면 몇일씩 지속되는 이 장대비에
많은 사람들이 물난리를 겪게 되는것 같다.
요즘같은 세상에 물난리를 겪는것은 흔치않은일이지만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에는 장마철에는 의례 있는일쯤으로 여기던때가
생각난다.
우리집은 조그만 냇가옆에 자동차학원을 등지고 위치하고 있었는데
장마철에는 냇가의 물이 하수도를 통하여 집으로 역류하여
집안에 물이차기도하고,
동네 골목마다 속수무책으로 하수도를 통하여 넘쳐난 물때문에
우리집도 물이 조금씩 차오르는곤 했었다.
집중된 비때문에 갑작스럽게 난리를 겪게되는데
물이 넘쳐나는 상황을 봐서
방안의 물건들을 좀더 높은 다락으로 먼저 옮겨보고
그래도 되지 않을경우에는 2층이나 3층의 건물로 이불이나 옷가지 그리고
간단한 생필품만 들고 이동하곤 했었다.

방바닥에는 샘물처럼 물이 솟아오르다가 방안을 점점 차오르는 모습 ....

그런데 장난꾸러기 초등학생의 눈으로는 그것은 하나의 놀이터에 불과했다.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 골목을 누비며 물놀이를 대신하고
동네 친구들과 오랫만에 흙탕물속에서라도 놀수있는 기회가 주어진것 뿐이었다.
어느집 부엌에서 미처 건져내지 못한 솥단지가 골목을 빙빙돌며
떠다니기도 하고, 돼지나 소, 개 등의 가축들이 주인을 잃고 헤매이기도 했다.

부모님이나 형제들이 어떤 뒷처리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도
비에 젖어서 물에 빠진 새앙쥐모습으로도 그저 놀이터로만 생각하는
초등학생의 눈에는 참 재미있는 세상을 만난것 뿐이었다.
그리고 당분간 학교를 않가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얼마나 좋았는지...

짐을 옮기고 대피하고 나면 의례히 통장아저씨가 가족수를 파악하는 조사를 하고
우리는 그 가족수에 비례한 밀가루나 건빵같은것들을 배분받곤 했다.
그러면 그날은 비오는 여름에 참물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덕택으로
따뜻한 수제비를 간편하게 재빨리 해먹는것이 가장 적격이었다.

비가 그치고 어느정도 집안에 차올랐던 빗물이 빠져나가고 나면
가장 앙상한 모습을한 장롱이 빗물에 불어나서 들쑥날쑥거리며 비틀어져있고
장판이나 벽지들이 들고일어나고 겨진 상태로 사람들을 맞이할 뿐이다.
전기는 이미 끊어진 상태이고 어둠이 다가오기전에 빨리 저녁을 준비해야한다.

방안의 물기가 마를때까지 방안에 손을봐야할곳이 없는지 살피고
해지는 시간쯤에는 대충 짐이나 부리고, 촛불을 켠다음
온가족이 잠이라도 잘수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침수지역에는 한전에서도 이미 공급을 끊어놓은 상태였고
한전에서 점검이 끝나고 전원을 공급할때까지 우리는 달빛으로 멱감으며
지리한 장마철의 소동을 일단락 지어두곤 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면 학교선생님은 또 집이 침수된사람의 숫자를 파악하고
우리는 또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학교를 다니곤 했다.

그러는 동안 부모님들은 자식을 일일이 챙기며 집안을 살피고
또 학교에 빠지지 않도록 등교시키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아련한 기억들이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도 드는구나.....
그때의 부모님도 지금 이런 생각을 하시고 계실까...

게/ 이/ 생/ 각/ 60 1998-08-06 19:14 51 line
나는 기억력하나만은 언제나 싱싱한걸로 생각했다.
공부는 못하더라도 쓸데없는것들은 잘 기억하는편이니까
나는 기억력은 오랫동안 유지될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기억력이라는것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까닭인지
이제는 내 스스로도 믿을만한 신뢰성을 부여하지 못할것으로 단정짓고 말았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비활성되는 뇌세포의 급격한 증가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머리가 멍해져서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않날때가 있다.
그것이 멍청한것을 가장해서
나의 백치미인듯이 웃어버리고 나면 그 뿐이겠지만 .....

아무래도 예전처럼 무엇을 암기하고 기억하지 못하니
갑갑할 노릇이다.
아마 나는 세상을 너무 편하게 지내왔던것인가 보다.
하기는 좋아하던 책들도 이제는 손에 잡아본지가 꽤 오래되어버렸으니..
그동안의 사회생활은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야할 필요가 별로 없었던것이다.
일정하게 한계지어진 나의 생활범주에서 늘 왔다갔다 하며 되풀이하는
생활이었으니 그 범주에서는 특별나게 기억하며 생활할일이 별로 없다.
새로운 내용이나 기술들을 제대로 익혀온것도 아니고
항상 사회생활과 또다른생활의 이중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위험한 곡에를 하듯이 살아온 까닭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있을때는 관심있는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특별한 대안없이 그때그때를 살아왔기 때문인것 같다.
지금부터 다시 무엇인가를 암기하고 기억하고 한다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이 되어버렸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진작에 무엇엔가 집중할수 있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다른사람들보다 몇배의 노력을해야 다른사람들만큼의 기억을
각인시킬수있는 정도가 되니 ... 참 어렵고 한심하다는 생각이든다.
살아가면서 내가 준비해야할것들을 제대로 준비해놓지 않아서 그럴게다.
기억력이 왕성하고 활동적일때 무엇인가를 준비하는것이 좋은데..
이젠 .. 실가닥의 기억력에 다시 의존해야한다는것이
내가 봐도 한심할뿐이다.
그래도 친구가 격려해주는것이 참 고마울뿐이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할뿐이지 할수없는것은 없다는것이다.
그래.. 언제나 문제는 내 안에 있는것이고 해답도 내 안에 있는거지...

게/ 이/ 생/ 각/ 64 1998-08-21 22:44 35 line
백조생활 한달을 넘기고서야
이제 내 자신만의 쉴수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그동안 닥치는대로 헤쳐나가기에 바쁜시간들이었다.
실업자가 해야하는일들이 얼마나 많은것인지....
아직도 어떤방식으로 생활을 유지해야하는지 기준이 서 있지않은채로
닥쳐지는대로 그대로 부딪혀야만하는 일들이 벌려져 있다.
물론 다른사람의 눈에는 그저 가치없는 움직임일뿐이더라도 ....

백조가 되고난후로 생각이 많아졌다.
현실에는 보이지않는 매듭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쉽게 쉽게 풀어나가기에는 아직 벅차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들이 나에게 남겨준것은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방법이었을뿐이지만
내 나름대로 살아가려는 움직임으로 삐걱거리는것은 확실하게 다른것이다.

불규칙함과 비연속선상에서 연속적으로 되풀이되는것들과
수직선상에서 수평으로의 이동을 그대로 지켜보며 맞이하는 마음속의 틈을
아직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항상 올바른 모습으로 살아가는것은 아니다.
때로는 더러운 하수구에 발이 푹 빠져서
심각한 냄새를 풍겨낼때도 있고
어디에선가 목숨을 걸고 줄을 확 당겨버려야겠다는 자괴감에 시달릴때도 있고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왕복하기만 할때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모습의 혼란함속에 묻혀있더라도
결론적으로 자신의 머리속에 그려놓은 생각으로 다가가는 과정일뿐이라고 생각된다.
혼돈된 생활속에서도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는 규칙이 내포되어 있다는것을
알게된후에는 근심거리가 하나씩 줄어드는 기분이다.

게/ 이/ 생/ 각/ 66 1998-08-26 23:46 65 line
배고프다.
이 야심한 시각에 배가고파서 밥을 짓는다.

그리고...
눈물이 흐를것같은 시간들을 삼켜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런 습성들이 길들여져 가는것 같다.

간단하게 사는것도 서툴고
복잡하게 사는것 또한 더 서툴다.

나는 언제 내자신의 모습대로 서툴지 않게 살아갈수 있을까...

살아가는일을 고민하며 산다는것은 참 힘든삶이다.
생각하는대로 만들어가며 살아도 부족한 삶인데
나는 아직도 많은 고민으로 흔들리며 살아야 한다.
왜 이렇게 흔들려지는지 모르겠다.
하늘이 푸르른날은 여행을떠나고 싶어서 힘들고
바람이 서늘한날은
내가 해야할일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고
도시를 떠나가보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눈에 밟혀서 힘들다.
언제 한가함을 느껴불수 있을런지 ....
나는 실업자가 이렇게 바쁜것인줄 정말 몰랐다.
왜 이렇게 진행은 않되는데 바쁘기만 한것인지
상상할수없으리 만큼
나의 비효율성과 게으름에 늘 마음만 상한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것은
눈시울을 적시우는 기억들이 나를 휘감아 버릴때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것이
이렇게 힘든일이 되어야 하는걸까 ..???
그런 힘겨움들이 나를 짓누를때에는
나도 그저 나약하고 볼품없는 인간일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사랑을 적당하게 믿지 않을만큼 내 생각의 틈을 만들어 두고 있다.
그저 혼자만의 틀안에서 무엇이든지 이루어질것이라는 생각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모를때 이야기 같다.
이 세상의 사랑을 적당하게 믿지 않을것이다.
그런 틈들이 벌어져있는 현실을 적당하게 인정하며 살아갈것이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것은
어긋난 사랑일뿐이라는것을 적당하게 인정하며
미세한 바람에도 흔들리며 사는일들을 그만둘것이다.
세상의 거치름속에서 나도 적당하게 거칠어져야 한다.
이 세상은 결코 윤기가 흐르거나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지 못한다.
적당한 거치름과 황폐함속에서
한순간을 날리던 바람의 냄새처럼 쉽게 들이마시고
또한 가볍게 토해내며 인상을 찌푸려갈 필요도없이 적당하게 바람처럼 사는것이다.
8월의 끝에서는 나도 쉬고 싶었는데 ....
실업자가 쉴시간이 없다는것을 내 자신도 이해할수 없다.
내가 잘못된것일까 ???
이제 가을에 대한 희망도 가지지 못할것 같다.

게/ 이/ 생/ 각/ 69 1998-09-03 17:08 46 line
백조의 노래가 끊어지지 않는다.
아침은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하루가 왜 이렇게 짧은것인지...

지금에서야 비로소 직장생활이 얼마나 편안한 일이었는지 생각해본다.
직장다니면 그나마 내나름대로 시간을 만들어서 쉬어가곤했을텐데..
반면에 직장이라는 틀에 나를 묶어둘수 없다는것을
나는 입사하기전부터 짐작했던일이었다.

백조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자신의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늘 24시간이 비지니스 활동을
하게되는 시간인가 보다.
모든것이 달라졌다.
이제 시간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내 생활시간중에서 직장에 헌납해야될 시간을 빼고서
내가 가질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눈뜨고부터 눈감을때까지 그냥 내버려둘수없는 소중한
나만을 위한, 나만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생각하게 된다.

직장을 다닐때는 직장을 가기위한 시간에 나를 맞추어가며 살았지만
이제는 눈만뜨고나면 내가 해야할 나만의 시간이고
나만을 위해 부지런하게 뛰어야하는 시간들이다.
그렇게 바삐 다니고 다녀도 힘은 좀 들더라도 전혀 부담스럽거나
정신적으로 피곤해하지 않는것은 철저한 개인으로 즐기는 시간이기때문이겠지...
사람에게 필요하는것은 활동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일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일인것 같다.
그런 생각들만 가진다면 능동적으로 보람있는 하루를 열어가려는 노력을
할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다시 학생생활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캠퍼스에 활력을 느끼며 생활하는 복학생이라도 된 기분이다.
학생시절은 참 아름답고 눈부시다.
젊은청년의 학생은 참 아름답고 눈부시다.
캠퍼스를 흘러다니는 지난 시절들이 자꾸 생각난다.

그런데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고 아득하게만 느껴졌을까...
왜 사는것이 힘든일이라고 생각했을까...

게/ 이/ 생/ 각/ 71 1998-09-11 22:20 63 line
하루일과의 마침표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철안에서의 풍경이다.

연로하신 아저씨 한분이 좌석에 비스듬하게 스러지며 졸고있었다.
아직도 한참 꿈속을 걸어가고있는듯한 아저씨는 허공에 대고 발을뻗으며
마치 안방에서 오무렸던 발을 뻗치는듯이 자연스러운 폼으로 허둥대다가
발을 편안하게 받쳐줄것이 없다는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이제는 좌석에 등을 더 깊이 기대면서 허벅지부분부터 좌석에서
앞쪽으로 밀려나더니 미끄러져나와 바닥에 떨어지더니
이제는 발을 편하게 뻗어버리고는 그대로 누워버렸다.
좌석 양쪽의 통로를 가르면서 누운채로 마치 편안한 안방이라고 느껴지는지
아주 편안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행동하는 그 아저씨를 보고서
소리없는 웃음을 흘릴뿐이었다.
아마 그 아저씨는 잠잘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전철순환선에 몸을 맡긴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 어려운 시기에 힘없는 가장의 말할수없는 아픔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것 같아서
그 아저씨의 행동을 그저 반쯤은 애교스럽게 지켜보고있는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칸의 전철문이 싸악 열리면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짚은채로 아무것도 모르는 맹인아저씨가 노래를 부르며 나타난것이다.
슬며시 웃음을 날리던 사람들은 갑자기 딱딱해진 표정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것인가 자못 궁금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누워있는 아저씨와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서
노래를 부르며 지팡이로 앞을 가르는 아저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이제 웃음을 지을수없는 상황으로 돌변해 있을뿐이었다.
맹인이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노래를 부르며 누워있는 아저씨와 거의 근접해졌을때
갑자기 좌석에서 누워있는 아저씨와 비슷한 연배의 아저씨가 벌떡일어나
맹인아저씨를 조심스럽게 건너가도록 인도하는것이었다.
그런데 더 웃기는것은 누어있는 아저씨를 아주 못마땅한듯이 바라보는
좌석에서 벌떡일어난 아저씨의 자못 진지하고도 심각한 표정이었다.
누워있는 아저씨가 마치 자신들을 욕먹인다고 생각하는것 같은..못마땅한 표정...
맹인아저씨를 조심스럽게 인도하고 있는중에
누워있던 아저씨는 지금의 분위기를 알고나 있었다는듯이
갑자기 다리를 높이 들고서는 지나갈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닌가 ....
푸하하하....
지금까지 맹인아저씨가 어떻게 지나갈것인지 나름대로 걱정스럽게 궁금해하던
사람들은 또다시 헤픈웃음을 소리나지 않게 흘리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저 아저씨가 잠을 자는건가 아니면... 정신은 말짱한데
술취한척하는건지.... 아무튼 어려운 상황을 비켜가느라 힘드신것 같다.
나도 이걸로 전철안의 상황은 다 끝난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워있던 아저씨는 다시 일어나 앉아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다음역 어느구간에서 휴대폰으로 통화를하면서 올라탔던 30대의 젊은청년이
정신없이 앉아있는 그아저씨를 덮썩 들어서 빈좌석에 떡 앉히더니
" 아저씨 힘드시죠 !! "
하고 다시 제자리로 가는것이었다.
우와... 요즈음에 저렇게 멋있는 사람도 있구나 !
대단한 젊은이다.
아하... 정말 오늘 많은사람들이 특별줄연한다.
전철안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풍경은 처음보는것 같다.
항상 전철안에서도 잠을 잘수있을까하는 고민과
무언가를 읽으면서 갈것인가를 고민하기도하고
멀뚱멀뚱 사람구경이나하곤 했었는데....
전철안에서 몇분안에 벌어진 풍경을 보고나니 콩트한편을 본것 같다.
그래도 집에오면 디게 피곤하구나..

게/ 이/ 생/ 각/ 72 1998-09-19 00:26 42 line
하루의 일교차가 상당히 심하다.
아침에 나서면 쌀쌀하게 느껴지는데
낮에는 가을볕에 눈을 가느다랗게 치켜뜨게 하기도 한다.
이제야 어머님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셨다.
직접 말하기가 여간 애매한게 아니었는데..
내 생각대로 형제들의 입을 거쳐서 알게되셨다.
어른들의 생각이야 이 어려운 난국에 왜 그만두었냐고 말씀하실거지만..
어머님은 그래도 나를 많이 이해하시는것 같다.
여태껏 내자신의 문제를 누구에게 상의하고 처리하는 성격도 아니지만,
나는 내생각대로 풀어나가는 성격이라 어머님이 무어라고 말씀하셔도 다를것이
없다는것을 이미 알고계셨던것 때문이리라.
어머님이 우려하신것은 예전에 보셨던 내 사주팔자를 되뇌이면서
나이만 들어가면서 건강하지도 못한것이 아직도 혼자인 내모습이 안스러운듯
불만스러운 심경을 드러내시기는 하시지만,
네일을 네 스스로 잘 알아서 처리하라고만 당부하시는 말씀을 듣고나니
조금 부담을 덜어낼수는 있다.

요즈음은 참 힘겹다는 생각을 많이하게된다.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일들에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 자신의 일이기에 무리하기도 하고
어떤 일정에 촉박하게 시달리기도하면서
힘겨운 곡예를 하는기분이다.
내 생활을 정돈하지도 못하고 시간에 끌려다니면서도 늘 부족함에 시달린다.
그 끝에 이젠 감기에 린치를 당하는것 같다.
그동안 무리하면서 움직인것같다.
이제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두어야겠다.
가을이 오는길목에서 .......

안정되고 변화없는 생활은 참 지루하기만 하다.
그런습성이 베어있는 사람이 움직이며 활동하는 연습을 하기에는 고된일과이다.
무엇인가 새로운것을 채우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때까지...
아... 가을이구나...
가을은 이렇게 내게로 다가오는 구나 !

게/ 이/ 생/ 각/ 73 1998-09-24 00:52 45 line
비온뒤의 하늘이 깨끗한것처럼
한바탕의 혼란함이 지나가고 나면 편안함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가을같은 바람이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가도
무감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바람의 그 작은 흔들림에도 나뭇잎처럼 흔들리던 물결같은 생각들은
이제 지나간 시절의 감각이 되었나 보다.
갑작스럽게도 한심한 내 모습이 느껴진다.

왜 나의 젊음은 그리도 오랜 방황으로 소비했었던 것일까....

가을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걸어가면서
등에 봇짐처럼 둘러맨 학생들의 틈을 걸어가다 보면
그들의 젊음이 참 부럽기만 하다.
왜 나는 그때 내 자신을 버리면서 살아갔던것인지...
왜 나는 그때 희망을 갖지 못한채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절망들을 가슴에 새겨두며 살아갔던것인지...
그런 시간들은 참 슬프게 한다.
눈물이 굴러 떨어질것같은 슬픔이 갑자기 밀려온다.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힘겨워하며 존재하고 있는것일까...
나는 언제쯤엔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마음을 상하지 않으며
살아갈수 있을까...
그러나 그런일을 맞이할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내가 살아야할 세상이며 삶이니까...
또 다시 시작하는거다 !
평안함으로 지내본적이 오래된 기억같다.
가을바람이 내 가슴을 파고들기 전에 어서 쉬어갈 준비를 해야겠다.
늘 가을은 나를 쓸쓸한 시인인체 하거나
홀로 살아남은 철학자 인체 하게 만든다.
담장너머로 고개내민 장미꽃송이처럼,
언제나 머슥하게도 내 가슴으로 들이미는 얼굴이 떠오를때면
나는 더 힘겨워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 사람의 향기가 이밤을 길게 끌고갈려나 ....

게/ 이/ 생/ 각/ 76 1998-10-05 23:27 46 line
이제 현실에서도 피하는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두고 싶지 않다.
내가 사는곳에서 내가있어야 할곳에 이젠 찾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은 설익은 바깥풍경에 낯설기만 하다.
어느즈음에서 내가 멈추어야하는것인지 아직은 잘 알지 못하겠지만
시월의 풍경이라도 느껴보려는 내 의도는 많이 빚나갔다.
들판에서는 아직도 누렇게 익어가는 냄새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올해의 기후는 더욱 그랬을것이다.
시월은 부담스럽기도하다.
가을앓이로 끙끙거릴것같은 내자신이 못 미덥기도 하고
어디론가 떠나가려는 내 계획앞에서
하루하루의 부족함을 채워내기에도 버거움이 있다.

시월을 시월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좋아하던 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시월의 나무그늘아래에 서면
웬지 그리움이 흔들거리는 느낌이든다.
갈수록 짙어지는 골목길에서의 프레임이 길게만 느껴진다.
오렌지빛깔로 물들이는 낙엽들을 밟으면서
나는 또 어떤 생각속에서 회오리를 만나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든다.

시월에는 기다란 시선을 가지고 싶다.
시시때때로 부딪히는 단선적인 시선들보다는 깊고 길어진 프레임으로
이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시월에는 누구도 읽어주지 않아도 되는
나만을 위한 시를 쓰고싶다.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허무함이 나를 다 뒤덮어버리더라도
그것이 내가 가져가야할것들이라는것을 감추어두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내자신을 위한 색깔을 채색해주고,
내가 사는모습이 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내는 느낌을 가져다 줄수 있다면...
나는 한줄의 시속에 녹아있는 내 삶을 가지고 싶다.
시월에는 향기를 만들고 싶다.
시월이 보여주는 그 아름다움의 지평선에서
자연을 마주하며 느껴가는 향기를 만들고 싶다.
이른아침에 길게호흡하며 다가서던 안개깔린 황금빛 들녁을 마주한
오랜시간의 흔적이 나를 일깨우도록 나만의 향기를 만들고 싶다.
시월에는 나를 그대로 버려두리라.
자연의 품속에 안긴채로 생각하며 이야기할수있게 그대로 버려두리라.
내가 내자신을 버리고 살아가는 연습을 하듯이
나는 이하늘아래 함께사는 어느누군가를 버리며 살아가는 연습을 하게 하리라.

게/ 이/ 생/ 각/ 81 1998-10-19 14:48 99 line
나의 시월은 언제나 단풍시즌과 맞물린 사진촬영이 여행목적이었다.
신문기사를 스크랩해두고 무작정 떠났는데...
이런... 아직은 때가 아니다.
예년보다 보름정도 빠른 단풍이라 했는데....
이상기후때문에 그 기사도 신빙성을 잃었나보다.
백양사역에 도착하니 맑은공기가 폐부로 깊숙히 차오른다.
밤기차여행은 별로 재미없다.
바같의 풍경을 보지못하고 검은 유리창으로 자신의 얼굴만 비추기 때문이다.
다행히 함께가는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하느라 지루한줄 모르고
도착했다.
백양사는 별로 개발되어있지 않은 관광지라서 숙박이 불편했던것이
예년의 기억이었다.
민박집이라고 있는것이 식당손님 드는 방인데, 밤에는 민박으로 대여하는정도 였다
.
그래서 역에서부터 택시기사에게 숙박에대한 정보를 물어보고 탔다.
장성댐을 휘돌아 나가면서 길게 이어지는 백양사 입구의 나무터널은
사실은 택시가 내는 속도감에의해서 착시현상처럼 보여지지만
처음오는 사람들은 그 풍경에 가슴설레이곤 한다.
다행히 호텔이외에도 모텔,산장,여관들이 서너개가 새로 들어서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숙박시설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백양사 산등성이 너머에는 내장사가 자리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내장사보다 백양사를 더 좋아한다.
내장사는 관광지로 개발되어 숙박이나 민박시설등이 잘 갖추어진 편에 속한다.
그리고 인파의 행렬이 정말 장난이 아니게 몰려드는 편이다.
내장사의 단풍색깔은 정말 곱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산행.....
그러나 단풍색깔이 곱다는것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별로 맘에드는게 없다.
반면에 백양사는 단풍색깔이 내장사처럼 곱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백양사의 단풍은 단풍잎 하나하나보다는 전체적인 풍경이 좋다.
사진여행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런풍경들이 매우 좋다.
백양사의 절의 풍경보다는 절로 가는 길이 무척 좋다.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풍경은
매표소를 지나서 올라가다보면 으르는 냇물이 모여드는 작은호수를 끼고
낙엽들이 흐드러지게 널려있는 곳에 쉴수있는 벤취가 있는 풍경이다.
물든 낙엽들과 고목, 그리고 작은호수의 풍경들은
내가 그곳을 찾게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아직도 새파란 단풍잎들만 가득한 그 풍경앞에서는
카메라를 꺼내어들고 촬영할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벤취에 앉아 쉬어가며 아쉬워하며 시간을 보낼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면
흐르는 냇물을 모두어 인공연못을 만들어놓았고 연못의 수면으로는
늘어진 단풍나무가지들이 반영되고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수면을 빙빙 떠돌며
천상으로 향하는 굴다리로 시선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곳의 풍경도 백양사가 가지는 인상적인 풍경이다.
사람들이 절에 다다르기 전에
이미 호수와 연못을 거치면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마음과 자세를 가진채로
백양사 절로 들어가게 하는 그 기나긴 초입길은
백양사로 걸어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수행자처럼
마음을 조금씩 자연앞에 드러내게 만들어놓는것 같다.

오래된 절일수록 사람은 많지만
규모는 그렇게 커다란것들이 아니다.
백양사는 부도가 많은것이 쉽게 눈에 들어오고
그 이외에는 절간안에서도 물품들을 파는 전통찻집이나 전시장을 만날수있는것이
좀 다른면인것 같다.
나는 백양사를 가면서도 백양사라는 절에는 별로 관심이없다.
백양사절로 들어가기 까지의 풍경들을 즐기는 편이다.
태풍설로 인하여 흐려진 하늘덕분에
여행하기에는 적합한 날씨였다.
수확을서두르는 들판에 나가서 아침을 맞이하면서
땅으로 떨어진 약간은 떫은 빨간감들을 주워 한잎에 베어보면서
이렇게 말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보는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들판에 나가서 누렇게 익어버린 들판의 모습과
아침이슬에 젖어있는 나팔꽃과.... 농촌의 아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맑은공기의 아침을 맞이하다보면
햇살이 어슴프레하게 얼굴을 내밀때처럼 내몸에 자연의 생기가
차오르는것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힘이 내게로 실려오는듯한 생동감과 활력을 얻게된다.
맑은공기 마시면 힘이난다.
세상을 맑게 살아가는 힘이 난다.
그리고 변강쇠처럼 폴폴 다니게 만든다.

토실토실한 단감을 하나 먹어보고 온다고 하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쳐 버린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내가 목적하는 단풍사진은 건져내지 못했지만
퇴직한후에 처음으로 가져본 나의 시간들이 참 행복한 시간들이다.

지금도 그하늘아래에서 맑은공기를 들이 마시며
걸어가는 기억속에 젖어서 며칠간을 보내고 있을게다.
백양사의 단풍은 다음주말 ( 10월 말일 ) 에야 제대로 볼수있을것 같다.

게/ 이/ 생/ 각/ 82 1998-10-22 18:47 80 line
생활습관을 고치는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가지고있던 습관을 고친다는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사람의 생활습관이 그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쉽게 생각할일은 아닌것 같다.
예전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떠 오르던적이 있었다.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이런식의 내용을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들도 생각난다.
결국 우리가 어떤일을 행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하는일은
자신의 잘못된 습관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는것이 되어야 한다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습관들을 하나씩 바꾸다보면 행동하는모습들도 바뀔수있다는것이고
행동이 바뀌면 생각들도 바뀌어갈수 있다는 뜻일거다.
지금 나의 입자응로서는 가장 고쳐야할 습관들은
야행성 생활스타일이다.
학창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게 꾸준하게 지내온것이 있다면
아마 이 야행성 생활습관일게다.

사춘기때에는 무슨생각들을 그렇게 많이 하느라 새벽까지 FM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춘채 그저 할일없이 보낸시간들이 많았고
무릎을 치는 책을 우연히 손에들게되어서 새벽까지 밤새기를 했지만...
공부하느라 새벽까지 밤샌 기억은 거의없다.
공부한다고 해놓고 거의 놀다가 자는것이 일상적이었으니까...
늘 늦게 잠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나의 이 습관들은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도 않은것 같다.
처음 직장생활할때는 출근시간에 어떻게 맞추어서 출근하나 걱정도 많이 했는데
몇년간은 직장생활도 만만치 않아서 늘 아침걸르고 허겁지겁 일어나서
거의 지각에 가까운 수준에서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했던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아무때나 호출이 날라오고
잠자다가 잠결에 튕겨나갈때도 많았고
시간이 한정된 업무가 많아서 철야를 일상생활처럼 해야할때도 있었다.
여러가지로 직장생활마저도 나는 규칙적이고 순조롭게 보낼수있는 기회보다는
불규칙하고 야행성기질에 어울리는 생활을 해오게 만든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백수의 생활을 하다보니
가장 힘든게 아침시간 맞추어서 생활하는것이다.
몇달간은 억지로 의지를 가지고 맞추며 생활했는데,
이젠 나사가 좀 풀려서 야행성 생활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다.
별이 뜨고 ,달이 뜨면 저절로 잠이들고
햇살이 창에 비치면 잠에서 깨어나는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는것이 이렇게 어려울까...
그 무지무지한 습관들을 뜯어고치려고 생각하니 캄캄하다.
다른사람들의 일상과 조화있게 움직이려면 아침시간을 맞추며 시작하는것이
가장 순조로운 생활이 될것같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게 가장 힘들다.
예전에는 새벽에 하는일들이 효율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새벽에 하는일이라야 통신중독증세와 인터넷활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새벽에 하는일치고는 효율성도없는일이고
쓸데없이 시간만 축내는 일 같기도 하다.
동성애자들의 대부분이 야행성이라는것을 많이 알게된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회생활하는데에는 그렇게 좋은점은 아니다.
생활시간대를 아예 거꾸로 사는사람들도 만나게 되는데
내 개인적으로는 그들에게 평범한 생활시간대에 활동하라고 권하고 싶다.
인간의 신체는 밤이되면 쉬고, 낮에는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알맞게
순환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거꾸로사는 생활이 신체내부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상태가 되지않을까 생각되고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그런생활들은 반드시 후유증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많이 느끼며 살았다.
밝은 대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자 !!

게/ 이/ 생/ 각/ 85 1998-10-30 17:20 37 line
가을냄새 맡으며 홀로 앉아있는 벤취
하늘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노랗게 물든 잎새 ...
가을편지 읽을때처럼 설레이는 가슴..
맑은 바람소리에 머리를 깨우며
조용한 세상으로 가슴을 열어본다.
검은 와이셔츠에 목가장자리에 표시한 하얀에 빛나는 칼라..
언제나 정갈한 모습으로 선한모습을한 맑은영혼처럼 느끼게되는 신부님...

나도 저런모습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신부님을 만날때마다 맑은영혼들의 찰랑거리는 소리들이 느껴진다.
세상이 평화롭다고 느껴지는것은
이 세상 때문이 아니라
이 세상을 멀리서 지켜보며 기도하는 선한모습을한 수도사들의 기도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한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선해지는 느낌이 든다.
신부님을 부딪힐때마다 신비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세상살이 하면서 어디서 저렇게 선량한 인간의 모습을 만날수 있을까...
세상살이에 찌든 나로서는 수행자로서의 일상들이 얼마나 어려운것인지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신부님 얼굴을 볼때마다 평화롭고 선량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가을편지는 날마다 썼다가 지워버리고 만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펼쳐놓고
가을향기에그윽하게 취해서 머물다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혼자만의 중얼거림으로 가을햇살속에 뿌려대다가
코를 찌르는 가을 향기에 그저 눈시울만 적시우고 만다.
저렇게 노오란 나뭇잎들이 내 가슴을 열어제치고 들어서는 날에는
가을이 코밑에 다가와 사라지지 않는다.
신부님... 이 가을을 위한 기도말들도 남겨주시겠지요...

게/ 이/ 생/ 각/ 87 1998-11-08 13:33 61 line
가끔은 모든것을 잊고싶다.
내가 일반라든가, 이반이라든가...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지, 남자를 좋아하는지...
내 자신이 누구라는것도 .....
그냥 이 세상에 존재하는것으로만 기억하고 싶다.
나의 이름이 무엇이고, 나의 나이가 몇살이고, 내가하는일이 무엇이고,
나의가족들은 누구이고, 내가 활동하는 모임은 어떤것들이고........
세상에서 나에게 입혀준 많은 이름들이 거추장 스러워서
그냥 벗어버리고 싶다.
세상의 옷들은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갈수록 옷을 하나씩 더 입혀버리는것 같다.
그런옷을 입고있다고 느끼면서...
그런옷들로 이름붙여진 나를 의식하다보면
나는 그런옷에 알맞는 사람으로만 살아가려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주일의 고단함을 쉬어갈수있는 휴일날...
세상의 옷들을 벗어버리고 하늘아래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사람으로만 기억하고 싶다
.
그래서 휴일에는 그날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옷으로 나를 갈아입히고
전혀다른 느낌으로 살아보게 하고 싶다.
요즈음 몸의 컨디션이 좋지않아서 고생하고 있다.
한약을 먹으면서 가려야하는 음식이 너무많고 예민해져서 탈도 많이 난다.
갑자기 혹시 에이즈에 걸린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몸을 너무 혹사시켰고
그 후로도 제대로 쉴수없는 시간들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이상태가 무리는 아니다 싶기는 하지만......
지난주에는 보건소 검사실에 가서 에이즈 검사를 받았다.
예전에 대삽이 알아가기란에 올려놓은 보건소가서 에이즈 검사받는법을
한번 읽어보고 갔었다.
내가 이반이라는것을 알고난후로 처음해보는것이라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검사를 받아봐야겠다는 용기를 가질정도가 되있는것 같다.
검사실에 가니 대부분 유흥업소근무자들의 보건증때문에 검사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사람이 있어서 조금 떨어진곳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머뭇거리는데,
검사직원이 어떻게 왔냐고 묻길래 에이즈검사좀 해보려고 한다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별도의 기록지에 나이와 이름만 물어보고 번호를 부여한다.
이름은 무명으로해도 된다고 하면서 말하고 싶으면 이름을 대라고 한다.
그리고 별도의 메모지에 검사번호와 연락할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1주일후에 확인전화를 하라고 한다.
확인해보니 다행하게도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반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늘 염려되는것이 에이즈감염이다.
누구도 자신에 대해 확신할수없는...
그래서 감기가 오래가거나 열이 많이오르면 에이즈가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고..
아무튼 에이즈 검사를 받고나면 그런 쓸데없는 과장된 걱정들은 덜어주는것 같다.

게/ 이/ 생/ 각/ 90 1998-11-16 00:44 101 line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많았던 날이다.
옛직장에서 사진반활동을 할때
옆건물에 위치한 회사의 사진반사람들과 교류를 시작했던것을 계기로
알고지내던 사람의 결혼식장에서 옛직장 동료들도 만나고,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상경소식에 얼굴을 한번보기도 했고,
또사동 친구들이 내가 많이 아픈줄알고 저녁대접을 해주어서
포식을 하고 왔다.
그러나 ......
사람들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이야기뿐이다.
결혼하는 친구의 회사는 이미 오래전에 부도가 나서
제대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것으로 알고있는데,
직원들이 결혼식에 많이 참여한것을 보면
건설회사는 대부분 가족적인 분위기의 단합이 잘되는분위기 인가보다.
예전의 내직장에서의 사무직직원들의 대단히 개인적인 모습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느껴진다.
결혼식에는 웬만해서는 참여하지 않는 나였지만,
같은 취미를 매개체로하여 사회에서 알고지내는 사람들이 사실은
같은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보다 더 친해지는것이 수월하다.
직장에서야 알수없는 조직의 무게를 가지고 만나게 되지만,
사회활동중에 만난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따스한 가족같다.
부도난 회사에서 결혼하는 친구가 마음고생 많이했을것 같다.
I.M.F 한파로 이별하는 사람들의 소식은 참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그나마 이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갈 동지를 얻은것이 다행스러운일일까..???
나라가 이지경인데 어떻게 결혼할 생각을 하느냐고 ...
내가 답해온 결혼에 대한 대답들이 참 머슥해진다.
사랑하는것은 아름다운것이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옛직장동료의 프랑스출장 다녀온이야기와 사진인화하는 이야기,...
그리고 변함없이 돌아가는 직장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사실 걱정스럽기만한 생활들이다.
직장의 경영진의 무능함을 탓하면 무엇하겠는가...
그것이 한국의 현실인데..
전문적인 경영능력이 없는 낙하산인사들이 기분내키는 대로
이래저래 휘젓다가 떠나가면 남아있는 직원들의 미래비전은 엉망으로
엉키어버리고 마는것인데...
노조의 강력한무기들도 많이 퇴조되었고.....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압박받으며 사는것 같다.
지점에서 근무하는 옛직장친구의 전화를받고 반가움에 만났다.
서울에 오랫만에 왔더니 머리가 띵하다면서 피곤하다고 털어놓는다.
이 친구는 나와 같은나이인데 나보다 6개월후에 입사했다.
처음입사했을때 나는 이친구가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야간근무자를 지원할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을때
나는 그런생각이라면 시간할애하기는 좋을것이라고 야간근무를 권했었다.
그 당시 전산처리용량이 부족해서 늘상 야간을 밥먹듯이 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던 나의입장에서는 차라리 야간근무만 하는것이 편할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야간근무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어렵지는 않았었기에
권해주었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 덜컹 병에 걸려서 수술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고보니
사실 내심으로 얼마나 미안해했었는지 모른다.
야간근무로 인한 신체리듬상의 무리한 일과 작업환경이 원인이 되어
그 친구는 호흡기계통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전산실이라는것이 겉으로만 깨끗해보일뿐이지 전산용지의 미세한 종이가루들과
프린터에서 날리는 토너가루나 먼지들이 밀폐된 공간을 떠돌면서
호흡기를 침투하기 때문에 장기간 근무하다보면
신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예전에는 작업환경에 대한 소음이나 환경오염도들이 거의 무시되어오던터라
그 친구는 견디지 못했던것 같다.
또한 그 친구는 결혼해서 두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두아이가 모두 자폐증을 앓고있다.
그 친구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내가 그때 야간근무를 권하지 않았어도 수술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떠오른다.
그리고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때문에 얼마나 고심하는지 모른다.
지난해 노조에서 총파업을 단행했을때에도
나같이 껄떡대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눈치만 보고있었는데도, 그친구는 내게 미안해하면서
자기는 아이들 치료비를 벌려면 직장을 다녀야하기때문에 참여할수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그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사무직직원들의 그 수동적이고 이기적인태도가 대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그 친구의 진심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는 그 친구가 아플때에도 잘 챙겨주지도 못했던것 같다.
그래서 늘 마음한구석에 미안함을 감출수가 없다.
기껏해서 노동직업병연구소나 자폐아교육원등을 찾아서 친구에게 권해주고
한번 상의해보는것이 어떨것인가를 이야기해주었을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를 늘 가슴에 묻어두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너만은 힘겹지않게 아이들을 잘 키워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염원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친구에게 아이들을 위해서 이민을 한번 생각해보라고
자꾸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나는 이반들을 만나는것을 내가 필요한일이 아니라면 별로 좋아하는편은 아니다.
이반들을 만나봐야 수다스럽기만 하다는 생각도 들고
별다른 관심도없이 이반이라는 사실만으로 만나는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요즘 몸이 좋지않아서 한약을 먹는다고 했더니
내가 너무 힘들고 아플까봐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고마워서 저녁대접해준다는
제의에 그 친구집으로 갔다.
나는 정말 요리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나는 혼자살아도 요리라는것을 하지 않는다.
그런것 잘하지도 못하고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게으른 성격이다.
맛있는 유부초밥과 닭도리탕을 해주어서 오랫만에 포식을 했다.
자취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정말 이런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것 같다.
나는 저녁에 해야할일들을 하나도 하지 못했지만
또사동친구들이 해주는 저녁을 먹고 오랫간만에 행복한 시간을 가져본것 같다.
사람은 사람들을만나면서 사는것이 행복한것 같다.
나는 이런 또사동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게/ 이/ 생/ 각/ 91 1998-11-19 15:59 52 line
"정사"
정사하는 장면이 붙은 홍보용포스터를 보면
한국의 에로영화 다 그런거 아니겠냐 .. 싶은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한테서 좋은영화라는 소식을 많이 듣게 되었다.

나는 방화를 본다면 즉흥적으로 돈 아깝게 왜 영화관에서 방화를 봐...
방화는 비디오용으로 충분하다니까...
그런 정도의 생각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실 영화라는 것은 스토리 자체가 의미가 별로 없다.
영화라는 매체의 종합적인 내용과 기술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다양한 상상력이나 화면의 그림들 자체가 의미가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숙 이라는 배우를 나는 디게 싫어하는데, 남자들에게 인기가 매우높은가보다.
이정재 라는 배우도 개인적으로 좋아할 매력이 없는 배우이다.
아무튼 나는 그 좋아하지도 않는배우와 싫어하는 배우를
영화의 소품정도로 인식하고 지켜보는데.....
나는 한국영화에서 품위가 있고, 단정하면서도 지성적인 분위기의
영상미를 느끼는것은 처음인것 같다.
영화 자체를 처음부터 특정한 분위기로 디자인하고 감독한 결과이겠지만
영화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깔끔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의 우아함을 빚어내는
영상미에 끌려들게 만드는것 같다.

두사람의 애정에 관한 영화지만 옛날의 뽕잎 이라는 영화처럼
그렇게 벅차게 내지르던 싸구려 정사 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군더더기들이 거의 없는 에술적인 장면의 정사 신이 몇컷 담겨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강수연이 주연했던 "지독한 사랑" 이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그 영화는 폭설이 내리는날밤에 방구석을 다 휘저으며 육체로 뿜어올린
활화산같은 장면들로 가득채운 화면 하나를 위해 만든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인데...
그에 비하면 "정사" 라는 영화는 훌륭한 영상으로 절제되어 표현된 압축된
대사와 영상들로 그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이것은 한국 에로영화의 품질을 높이 끌어올린 우수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가 개봉관에서 사라지기전에 겨우 찾아내어 본 영화였는데...
발품을 팔면서 찾아서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을 한다.
영화는 참 마음에 드느데...
이정재의 어설픈 연기와 이미숙의 고도의 능숙한 연기력이 어떻게 그렇게
어우러져서 빛을 발하는 걸까 ??
전시회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을 만났던때나,
음악회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를 들었을때나,
아주 맛있는 특별한 요리가 분위기 좋은곳에서 입맛을 은근하게 당겨줄때....
그런때처럼 느껴볼수있는 만족한 감정이랄까...
그런 행복감을 느껴볼수있는 영화였다면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

게/ 이/ 생/ 각/ 93 1998-11-27 01:57 27 line
한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또 어디에선가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이 시작되고 있을것이고
어떤사람들은 들떠서 성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것이다.
이제 어떤 끝에 서 있는 느낌이다.
어디를 지나가도 다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의 행렬만이 눈에 뜨이고
예전처럼 쉽게 마음을 풀어주며 나누어 줄 생각도 하지 못하고있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할 헐벗은 사람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생존경쟁은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발전의 속도에 미끄러져버려서
저 만치 계단아래에서 힘겹게 계단위로 올려보는 사람들의 입장을
누가 속시원하게 할수가 있으랴....
동성애자가 뭐 대단한 거라고...
동성애자로 사는것이 무슨 치열한 삶이라고...
동성애자로 사는것은 희망이 없는 삶이다.
동성애자로 사는것은 선택받지 못한 삶이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사는것은 살아지는것일뿐이다.
내 자신이 살아지게하는것은 나를 둘러싼 모든것들이다.

11월은 늘 감추고 싶은것이 많아지는 달이다.
올 한해를 무슨 바램으로 살아왔던가.....

게/ 이/ 생/ 각/ 97 1998-12-10 18:55 61 line
지쳐서 돌아오는 길에
좁쌀같은 눈발이 날린다.
다행히도 아침같은 쌀쌀한 바람은 잠잠해진 느낌이다.
많은일들이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의 게으름의 댓가로
해야할일들을 몰아서 하다보니
하루종일 긴장한채로 집중적으로 몰두하게 된다.
한번관심을 갖고 긴장하기 시작하면
결과물이 나올때까지 무작정 질주하는일들이
체력이 약한 나를 쉽게 지치게 한다.

오늘 눈은 참 따스하다.
바람이 차갑지도 않아서
눈을 맞으며 기분내기에 적당한 눈발이다.
어둠이 내리는 퇴근길의 사람들은
아침부터 움츠러든 어깨를 펴지도 않은채로
지나치고 있다.

코가 맹맹거리고 콧물이 시작될분위기인걸보면
또 감기가 한차례 나를 공격할것 같다.
이번주는 쉬어갈 시간이 없는데...
끝내야할일들만 줄서있고...
나는 왜 매일 바쁜척하고 사는걸까..
제대로 사는것도 아니면서..
날씨가 추워지면
따스한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한밤의 추위를 이기는데는
사람의 체온과 애정이 가장좋은 감기백신이 될것같은데...
참...
씰데없는 생각을 할때가 아니라
빨리 보일러를 가동시켜서 온도를 높여놓아야겠다.
너무많은에너지를 소비한날에는
그냥 무작정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
내일 할일을 미리 준비해야겠다.
준비하는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가질테니까...
솔로에게 눈발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기분전환하게하는 날씨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리고 추워서
싼타할아버지 썰매로 올수있을라나 걱정된다.
싼타할아버지...
빨간내복 챙겨입으시고 얼어붙지 않도록 두툼한 오리털 장갑 미리준비하세요.
싼타할아버지는 올해도 우리집을 못찾으실것 같다.
해마다 그랬으니까...
우린 굴뚝도 없잖아...
가스보일러 연통이 너무작아서 못들어오나보다.
창문열고 자면 될라나... ??
빨리 약먹을 준비를 해야겠다.
약먹기 직전의 상황이 가장 나쁠때도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