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의 물감들을 세상에 풀어놓는듯한,
눈송이가 아스라히 날리는 창밖의 세상은
어느새 동화속의 나라에 잠겨가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고단한 삶의 일상은 한순간 저 아래 눈덮인 세상으로 내려놓고,
잠시 소파에 몸을 맡겨둔채로 생각에 젖어갑니다.
가난함에 찌들어 살던 어린시절의 기억도 이제는 한 조각의 파편으로 흩어진채 널부러져 어디에선가 가끔씩 튕겨나오는 메뚜라미 울음처럼 가녀린 채로 잊혀졌고,
갈길을 몰라서 헤메이던 젊은날의 광화문통의 거리는 새싹처럼 파릇파릇한 기억들로 풀풀한 향내를 남긴채로 기억의 저 먼 언저리에서 내 가슴의 향수처럼 냄새를 풍기며 잠들어있습니다.
나도 이제 이 먼길을 혼자 돌아와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밤을 보채고 잠을 설치며 지낸시절은 생각해보면 참 순수했습니다.
그당시엔는 그사람을 사랑이라고 매달리며 내 목숨을 주고 사랑해도 될사람이라고 올인을 했었는데, 그것이 그사람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일뿐이었다는 사실을 몇년이흐른뒤에야 깨닫게되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압니다. 아무것도 확실하게 주어질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람은 얼마나 강렬하게 염원을하고 갈구를 하게 되는지, 그것이 게이라는 인생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내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았던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순간 그런 세상에서밖에 살수없는 현실이 가증스러울떄도 있었지만, 그것이 내가 가질수있는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것은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가슴안에 나무를 한그루 심어두고, 그 나무가 성장하도록 햇살과 바람과 비와 온갖 현실의 그 장애물들을 그대로 직접 부딪히며 버티게 만들었습니다. 그 나무가 성장하는 힘은 그런현실적인 부딪힘보다는 그 나무안에 심어주는 정신의 자양분이 굿굿하게 바르게 일어서도록 한다는 사실, 사람은 그 나무들처럼 정신의 자양분으로 성숙하게 성장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가슴안에 새겨진 그 갈망을 향해서 더디게라도 나아가고 있다면,
그사람의 무의식안에 새겨진 그 희망을 언젠가 맞이하게 될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안의 온갖 비바람으로 나무를 휘청거리게 만들어도, 나무가 바로서서 햇살을 향해 일어서는 그런 정신의 자양분을 간직하고 사는것이 세상을 사는 방법일것입니다. 사람들은 다른사람들과 비교해서 자신의 행복의 가치의 잣대를 정하는데 익숙해있지만, 사람의 행복은 다른사람과 비교할것이 아니라, 자신의 희망하는 방향안에서 그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행복한 가치를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나도 모르게 훌쩍 자라버린 나무는, 잔가지들이 무성해져서 일상을 무척이나 바쁘게 만듭니다.
이런 잔가지를 많이 키워낸 나무들을, 이제는 하나씩 쳐내려서 단순한 일상속으로 들어가야 할것같습니다.
이제는 다른사람과의 경쟁하는 일생을 사는것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그 풍요로운 인생을 충분하게 즐기는 인생을 선택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렇게 눈내리는 날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 되고싶은날입니다.
눈발처럼 세상의 부질없는 욕심들로 덮혀지는 어깨의 무게를 훌훌털어내고,
세상을 가득 덮어주는 깃털로 지내는 하루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행복하게 지내면,
나는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이렇게 눈발이 하루종일 날리면, 이런날은 집구석에 박혀지내는게 상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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