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후드둑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검은구름으로 몰려와서 세상으로 내려놓는 빗줄기가 비를피해서 잠시 서있는 나무아래에서 툰탁하고 청량한 소리로 나뭇잎들을 노크한다. 빗줄기들도 푸르게 짙어지는 나뭇잎들을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처럼 껴앉고 인사하는듯이 세상을 발을 딛는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서 무겁게 떨어지는데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일행들은 이런비에 왜 서있냐고 묻는듯이 눈인사를 나누고 지나간다. 그래도 나는 이비를 기다리며 처마밑에서 빗줄기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떨어지는 빗방울과 놀던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잠겨서 조용하게 그런기분을 되새기며 즐기고 싶다.
이 굵은 빗줄기에도 페달을 밟아대며 나서는 저사람들은 분명, 이현실안에서 살아가는 체험을 해본사람들일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현실을 맞이하면서 달릴줄아는 강인함을 가진 사람들일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이렇게 달리는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나뭇잎으로 가려진 하늘아래서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낫익은 장단의 빗물들의 스텝으로 다가오는 리듬들을 더 많이 듣고싶은날이다.
빗물에 젖어서 설레이며 바라보는 창...
그 창너머에는 아스라한 무지개같은 꿈들이 깃들여져 있을것이라며 기대하며 환상에 흠뻑젖어서 서성이던 날들이 있었다. 인생이라는 무게도 모르는채로, 그냥 저 뭉게구름들을 넘어가서 세상의 어느끝엔가 다다르면 나는 내가 꿈꾸던 세상에 도달할수있을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속이 흠뻑젖어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비가 내리는날에는 나는 빗물을 머금은채로 빨간색으로 우뚝 서 있는 그 칸나의 꽃잎들이 떠오른다. 그 칸나의 꿈들이 그리움처럼 화단에 서있던 그 비오는날의 풍경은... 나를 빗물속에 잠기게 만드는 감성을 일깨워주는듯하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사랑은 그 사람들이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세상앞에서 사랑을 이야기할수없어서 너무나 외로웠다. 그래서 무지개 너머 저곳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고있을것이라고 생각했었다.이제는 그 무지개 하늘을 건너와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뭇잎 아래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있다. 이 세상은 이제 전부 내 안으로 들어와 있는듯한 이 순간들...
이 비가 내린후에는 푸른하늘은 내안에 푸르고 파릇한 이불을 깔아 놓고 사라지는듯하다.비가 온후에 숲속은 빗물에 젖은 풀잎냄새로 자전거바튀를 타고 달려들어 취하게 만든다. 풀잎냄새에 취해서 사랑에 취해서 제정신인듯 아닌듯 자전거 바퀴를 굴리며 인생을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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