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사랑방 ( Toronto Story board )
피터와 사는 이야기 4
by 샘터0
2010. 5. 15.
2006년 6월 18일
나는 요즘 월드컵때문에 그나마 잼나게 지낸다.그런데 카나디언인 피터는 축구에 관심이 하나도 없다. 나도 하키에 잼없는거나 마찬가지지만....어쨌든 내가 월드컵을 보느라고 정신없이 텔레비전에 몰려있으니까...피터가 볼일보러 나가더니 태극기를 하나 사왔다.
그후로는 차를 가지고 나갈때마다 차에다 태극기를 매달고 달린다. 지난번에 게이인권모임에 후원금 모금을 하는 파티에 피터랑 같이 갔었다. 그날은 피터가 양복정장을 입으라고 해서...나 정장입는것 싫어하는데 ...할수없이 와이셔츠도 다림질하고 한국에서 입었던 양복을 처음으로 꺼내입었다. 그파티는 좀 격식있는 사람들이 오는 파티라서 다들 정장을 차려입고 간다고한다. 양복을 입었더니 뽀다구가 나서리..피터가 엄청좋아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벤트가 양복입은모습을 보고 놀란다..아무튼 중국식당에서 열리는 디너파티에 갔다.피터의 친구 해리가 테이블하나를 900$에 예약하고 10명이 그것을 나누어서 지불하고 저녁파티를 한다. 행사가 시작되기전에 테이블을 확인하고 , 피터하고 나하고 양복입은모습을 디카로 찍어달라고 친구 짐한테 부탁했다.
식사가 하나씩 나오는동안 무대에서는 하와이안댄스도 공연을 하고, 레즈비언 코메디안이 진행하는데 이행사를 소개하는무대와 몇사람이 이조직을 소개하는 인사도하고...가장 극적인것은 페르시안(이란) 게이&레즈비언이 공개처형당하는 장면이 담긴 보고서이다. "평등한권리" 라는 모토로 게이인권운동을 하는 이단체는 아랍권의 게이인권운동을 지원하기도 하는것같다.
아무튼 이곳에서 무대를 진행하는 코메디안 레즈비언은 모금운동을 시작하는데...먼저 5000$을 기부할사람을 찾았지만....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공개적으로 하고싶지 않은사람은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기부금용지에 써서 주면된다. 그다음으로 금액을 조금씩 낮추어가면서 모금액을 모은다. 이곳에 오는 많은 게이&레즈비언은 중류이상의 게이&레즈비언들이 오는자리라서 대부분 어느정도 모금액을 내고 가는것같다. 피터도 기부금을 냈고, 해리와 스티브, 윈터슨,레이치..다들 어느정도씩은 하는것같다.
그런데..사람들을 한테이블에 10명씩 붙여놓고, 음식이 나오는것은 종류별로 8개씩 나오는게 좀 황당스럽고...음식이 그리 좋은편도 아니었다. 게다가 너무나 사람들을 지나치게 밀어넣어서 공간도 부족하고 얼마나 소란스럽던지.....그 오랜시간동안..편안하지가 않다.
차라리 기부금을 내고 않가는편이 더 나을듯 싶을정도로 ....
태극기를 구입한후에 프랑스와의 월드컵게임을 보면서, 생각보다 한국팀이 잘한다는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프랑스팀의 개인기들은 한국팀과는 훨씬나은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위주로하면서 프랑스팀을 괴롭히는것을 보면서 다른경기보다 훨씬좋은경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거의 마즈막에 박지성이 골문앞에서 흐르는볼을 건드려서 골로 넣어서 1-1 로 경기가 끝나서 얼마나 대견스럽던지.......그경기를 보고 내가 좋아서 날뛰니까 피터가 한인타운으로 드라이브가자고 한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한인학생들이 뭉쳐서 거리로 뛰쳐나와 한바탕을 하고있을거라는것은 않봐도 뻔하다.
토론토는 멀티컬쳐도시라서 각국의 커뮤니티가 여기저기 퍼져있어서 그런문화가 수용되는것도 장점중의 하나다. 예상대로 한인타운이 시작되는 거리부근부터 많은 한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나서고 있었고, 우리는 태극기를 달고 지나가는 차를보면 경적을 딴따따다...하고 울려서 서로 격려를 하며 지나가곤했는데...피터가 서양인이라서 한국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것 같다......한인타운에서는 정말 가관이다. 저거...위험하다 싶을정도로 학생들이 차에 가득매달려서 태극기를 매달고 "대-한-민-국" 을 외치며 한인타운만을 왔다갔다 하는데.....다른나라 운전자들에게는 고역의 구간이 되었을것이다. 나는 피터의 옆자리에 앉아서 선루프를 열고 손을 흔들어주며 지나가는데....도로에서 어느학생이 거기에다가 "새우깡" 을 하나 쥐어주었다...ㅎㅎㅎㅎㅎ
한인타운을 지나서 이제는 브라질커뮤니티를 가보기로했다. 한국보다 이른시간에 이미 승리를 했던 팀이라 어느정도 잠잠해졌겠지 했는데...웬걸...거기는 이탈리안커뮤니티와 포트루칼,브라질 커뮤니티가 서로 이웃해있어서 도로를 막은채로 아예 월드컵축제행사를 항시 열고있었다. 행사장을 한번 둘러보고는 나오는길에 브라질국기를 들고 지나가는 차량일행에게 손을 흔들어주고...서로 승리를 자축하는 기분을 전하며 지나왔는데......한인타운으로 다시 돌아오니 한인타운 길을 막아버렸다. 그래서 다른길로 돌아오면서 태극기를 단 차량행렬을보면 서로 경적을 울리며 집으로 돌아왔는데.....토론토에서 느껴보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