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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기타 (Culture & Others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더 사랑했어야, 더 대담했어야.. 전 세계 2만 명 후회 들어보니" 다니엘 핑크

by 샘터0 2022. 10. 8.

https://v.daum.net/v/20221008070155794

 

이글은 아직도 스스로를 위한  인생의 방향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주저하는이에게 권하고 싶다.

김지수 문화전문기자입력 2022. 10. 8. 07:01수정 2022. 10. 8. 08:48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의 '후회의 재발견'
후회는 혹독한 스승,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안 한 행동 후회 더 깊어, 가족 후회 커진다
후회는 인지능력..어린이, 뇌질환자 후회 못해
'후회 최소화' 집착 말고, 만족하고 나아가야
후회는 안정, 기회, 선함, 사랑의 핵심욕망 반영

 

“52년간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건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는 겁니다. 실패할까 봐, 바보처럼 보일까 봐… 그 결과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했습니다.(52세 여성, 남아프리카)”

“아내에게 키스하지 못했던 것이 계속 후회됩니다. 62년 결혼 생활 동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는데 아내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습니다(84세 남성, 텍사스)”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지 못한 게 후회돼요. 나는 친절하기보다 올바른 사람이 되는 데 너무 신경을 썼습니다.(41세 남성, 영국)”-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중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이 세계의 현자 다니엘 핑크의 신작 ‘후회의 재발견’을 보았다. 동시대 가장 사려 깊은 통찰력을 자랑하는 미래학자가 코로나 이후 인생의 가장 훌륭한(그리고 가장 혹독한) 스승으로 ‘후회’를 지목했다는 것이 의아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후회는 회고적 감정이 아니던가.

책은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로 시작한다. 허공을 때리는 밧줄 같은 목소리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노래 ‘Non rien de rien’은 징글징글한 ‘후회의 늪’에서 헤매다 나온, 나의 오랜 애청곡이었다.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다 대가를 치렀고, 떠내려 보냈고 잊어버렸어요. 과거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정신을 고양하는 삶의 찬가로 이만한 노래가 어디 있나.‘아니,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라는 이 앨범은 100만 장 이상 판매됐지만, 안타깝게도 피아프는 3년 뒤 비참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소 과격하지만, 다니엘 핑크는 이 대목에서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심리적인 자기 속임수이며, 인생을 망치는 헛소리’라고 일갈한다.

 

‘후회 없는 삶’을 모토로 삼은 사람들에겐, 정신이 번쩍 들 일이다. 핑크는 전 세계 2만 2천 명의 후회를 수집하고 분석한 역대급 설문 조사를 증거로 제시하며, ‘후회는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을 이루는 근간’이며, ‘후회야말로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결론 내린다.

‘후회의 재발견’에는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세계 각처에서 날아온 가슴 치는 후회가 가득하다.

타인의 후회를 읽는 것만으로, 인생을 다시 사는 것 같을 줄이야! ‘한 인간을 깊게 알고 싶다면, 그에게 후회되는 것을 물어보라’는 이 ‘후회의 선각자’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근래 그 어떤 인터뷰보다 솔직하고 정확하며 신속한 답신에 뱃속이 두둑해졌다.

-후회란 무엇입니까?

“삶을 바로잡고 싶어 하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충동입니다. 후회는 생계보다는 삶에 대해, 나 자신의 진실에 관해 묻는 출발점이 되지요.”

-사실 잘 나가는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와 ‘후회’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왜 후회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어느 날 문득 인생의 마일리지가 쌓인 시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적잖은 세월이 쌓였으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돌이켜보니 행하지 않아 미련이 남은 일들과 실행했지만 후회로 남은 일들, 다르게 했더라면 좋았을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제겐 앞으로 펼쳐질 시간도 있으니 지난 후회에서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자 싶더군요. 게다가 제 개인적인 후회를 다른 이들에게 터놓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적극적인 경청과 속 깊은 공감이 이어졌어요.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허튼소리였어요. 알고 보면 모두가 후회를 터놓고 얘기하길 원했습니다.”

-전 세계 2만여 명의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떤 방식으로 후회를 털어놓았습니까? 후회의 커밍아웃 과정이 궁금하군요.

“먼저 5천 명의 미국인들의 삶의 태도를 여론 조사했고, 이어서 ‘세계 후회 설문 조사(www.worldregretsurvey.com)’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어요. 109개국에서 2만 2천 건이 넘는 후회 사연이 접수됐고, 지금도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후회 사연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후회에 관한 유의미한 발견은 무엇이었나요?

“사람들은 너무도 다양하게 많은 것을 후회하더군요. 연애, 재정, 가족, 교육 등등. 그 심층구조를 들여다보니 후회는 네 가지로 정리됐어요.

1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기반성 후회. 2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 3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4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 설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행동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많더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미 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선택지가 있어요. 괴롭혔던 사람에게 사과할 수도 있고, 흉한 문신은 지울 수도 있죠. 차선책으로 해석을 달리 할 수도 있어요. 가령 “그 사람이랑 결혼한 건 후회하지만 ‘적어도’ 예쁜 두 아이를 얻었잖아.”

하지만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나이 들수록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대부분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후회의 심층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담성 후회와 관계성 후회’로 나타났습니다.”

-성별과 나이, 학력, 소득에 따라 사람들의 후회 내용은 또 어떻게 달라졌나요?

“소득이 낮을수록 재정에 관련된 후회가 많았고, 소득이 높을수록 경력과 직업에 대한 후회가 높았어요. 교육에 대한 후회는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타났습니다. 평균적으로 남성들은 직업적 기회를, 여성들은 관계의 기회를 중시해서 그에 대한 후회가 뒤따르더군요.

늙어감에 따라 교육, 건강, 경력에 대한 후회가 적어지고, 가족에 대한 후회가 더 많아졌어요. 공통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우세했어요. 50세에는 행동하지 않은 후회가 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두 배나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슬픔이나 고통 등 부정적인 감정도 중요하다는 것이 심리학의 트렌드입니다. 후회는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과는 어떻게 다른지요?

“1948년 사회과학자 수전 시마노프가 대학생들과 결혼한 부부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녹음했어요. 녹취 분석 결과 후회보다 더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사랑뿐이었죠. 2008년 사회학자 콜린 새퍼리 등이 삶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조사했을 때도,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감정, 가치 있게 생각하는 감정 역시 후회였습니다.

모든 분야의 학자들은 같은 결론에 도달했어요. “살아간다는 것은 적어도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자책은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후회는 고도의 두뇌 작용이에요. 그저 감정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놀라운 인지 능력이죠.”

-후회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가요?

“후회를 예측하는 건 정상적인 성인의 사고력이에요. 성인이 후회를 느끼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 신호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나 조현병, 파킨슨병 등을 앓는 환자는 후회를 이해하지 못해요.”

다니엘 핑크는 후회의 프로세스를 인간만이 갖고 있는 시간 여행 능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설명했다.

“후회의 뚜껑을 열어보면 그 동력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우리는 머릿속 타임머신에 올라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과거의 이야기를 고쳐 씁니다.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이지요. 과거를 바꿨으니 현재의 이야기도 바뀔 수 밖에요. 참으로 신통한 재주죠!”

 

-’성공적인 후회’는 우리의 내러티브 능력에 달려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심리학자 댄 맥아담스에 의하면 우리는 이야기로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이때 오염 서사와 구원 서사, 두 가지 전통 서사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죠. 정체성이 오염 서사에 뿌리를 둔 사람은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반면, 구원 서사에 뿌리를 둔 사람은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뤄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 ‘구원 서사’로 묘사하는 건 큰 도움이 됩니다. 구원 서사 속에서는 전화위복을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구원 서사의 엔진이 후회인 셈이죠.”

-하지만 건강하게 후회하는 건 쉽지 않아요. 우울한 감정이 함께 덮치면 덫에 빠진 것 같죠. 현실이 그렇기에 에디트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라는 노래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한 게 아닐까요?

“피아프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열창한 노래로 유명해졌지만, 안타깝게도 후회에 사로잡힌 채 비참한 파산자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어요. 그 일화는 사람들이 공공연히 내세우는 후회에 대한 인식과 실제 현실 간의 괴리를 적확하게 보여줍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착각하는 게 있어요. 인간의 목적이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는 거죠. 천만에요. 인간의 목적은 생존입니다. 후회는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자기기만에서 벗어날수록,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요.”

-후회는 실망과 어떤 차이점이 있지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실망이라면, 후회의 화살은 통제할 수 있었던 ‘내 잘못’을 향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워싱턴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은 ‘후회’할 수 없어요. 날씨는 제 권한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대책 없이 나온 내 결정에 후회가 들겠지요. 후회의 한가운데는 비교와 자기 비난이 있어요.”

 

-그런 맥락에서 올림픽 1, 2, 3위 메달리스트들의 표정 관찰이 흥미로웠어요. 아슬아슬하게 순위를 다투며 후회의 메커니즘에 자주 노출되는 운동선수들에게서,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지요?

“언급하신 연구에 담긴 핵심 통찰은 동메달리스트들이 은메달리스트들보다 대체로 더 행복해하더라는 겁니다. 왜냐? 동메달리스트들은 하향식 비교를 하기 때문이죠. ‘나는 적어도 4위 선수처럼 메달권에 못 들진 않았어’라고요. 반면 은메달리스트들은 상향식 비교를 합니다. ‘더 빠르게 페달을 밟았더라면 금메달을 땄을 텐데’.

‘적어도’는 위로를 주지만, ‘~했더라면’은 기분을 나쁘게 만듭니다.

반대 측면도 의미심장하죠. 이후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놓친 ‘~했더라면’ 그룹은 안도감에 젖었던 ‘적어도’ 그룹보다, 체계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냈어요. 좌절을 겪은 경험이 추진력이 된 겁니다. 감정적인 후회는 우리를 고통의 방에 가두지만, 생각의 영역으로 옮겨진 후회는 행동을 고양했어요.”

-후회의 기술을 잘 사용한 대표적인 유명인으로 누구를 꼽으십니까?

“노벨과 제프 베조스입니다. 노벨은 다이너마이트 공장을 세워 백만장자가 됐지만, 자신의 미래를 본 후 후회를 바로잡았습니다. ‘죽음의 상인이 죽었다’라는 잘못 나간 부고 뉴스를 읽고, 노벨상을 만드는데 재산을 전부 기부했어요.

제프 베조스도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미래에 후회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일과 삶에 접근했어요. 80세 미래로 가본 그는 대담성 후회를 예상했고,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소망을 현재 행동의 원동력으로 삼았어요. 이른바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로, 아마존을 세우고 워싱턴포스트를 샀지요. "

 

-그러나 보통 사람이 미래로 가서 후회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부정적 상상으로 현재가 위축될 소지도 크고요.

“맞아요. 보통의 우리가 ‘모든’ 후회를 가정하고 최소화하려 든다면, 뇌는 무언가를 하기 보다 노력이 덜 드는 ‘현상 유지’ 방식을 택합니다. 연구 결과 후회 회피는 종종 결정 회피로 이어졌어요. 후회에 너무 집착하면 그대로 얼어붙어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시험에서 답을 고쳤을 경우와 그대로 두었을 경우, 답을 바꾼 학생들의 점수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최초 직감을 고수하고 답을 바꾸지 말라’는 통념이 더 지배적이었어요. 고쳐서 틀릴 반대의 경우를 상상하면, 심적으로 더 고통스럽거든요.”

그는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핵심은 후회의 최소화가 아니라 최적화다.

“평생 무수히 많은 결정을 내리는 만큼 빈틈없이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건 불가능해요. 관건은 ‘올바른 후회’를 최소화하는 거죠.”

-후회의 최적화는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합니까?

“말씀드렸듯이 연구를 통해 4가지 범주의 후회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1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지 못한 것(기반성 후회), 2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합당한 기회를 붙잡지 못한 것(대담성 후회), 3 옳은 행동을 하지 못한 것(도덕성 후회), 4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했던 것(관계성 후회).

훗날 뼈저리게 통탄하게 될 4가지 핵심 후회는 최소화하는 데 힘쓰되, 그 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러면 행복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