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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게이 이야기 ( Gay's Neighbour Stories )

고인이 되신 Gary 추모하며..

by 샘터0 2021. 4. 29.

4월4일 Easter Sunday 

 

토론토에 돌아와서 미루어진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가 은행에 가서 해결해야할일이 있어서 가까운 은행에 들렀다. 나는 은행계정에 사용할 카드를 발급받아야헤서 창구에서 요청사항을 말하고는 다른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안에 사무실에서 나오는 친구.. 예전에 피터와 같이 살때 건너편 유닛에 살던 친구의 얼굴이 보여서 나는 자리에 서서 그냥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그친구도 그곳사무실에서 은행업무를 지원을 받고는 창구로 나와서 일을 마무리 짓고 있는듯했다. 나는 내일을 처리해줄 은행매니저가 와서 그매니저한테 신분정보도 제공해주고 창구에 서서 일을 진행하는걸 지켜보고 있었는데...이친구가 볼일을 다 보고 나가는길에 멈춰서 나한테 악수를 청한다..

( 아니 이 판데믹 시국에 악수가 웬말이냐...그래도 할수없지 ), 그래서 나도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받아들였는데...이 친구의 파트너였던 게리가 사망한것을 아느냐고 물어본다...그래서  모른다고 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소식이라 너무 놀라서,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지난 이스터 일요일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이곳에서 긴이야기할시간도 않되고, 나도 일을 보고 있는 중간인데...그래서 일단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인사말만 하고...친구는 은행문을 빠져나갔고, 나는 그저 창구앞에서 일을 계속진행해야했다.

 

피터는 이일을 알고 있었을텐데, 나한테 연락이라도 좀 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일단 집으로 돌아와서, 피터한테 문자를 보내서 물어봤더니, 게리가 Lupus 로 고생을 하다가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래서 일단 내 전화번호 목록에서 데니스와 게리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집전화를 했는데, 않받아서 그냥 메시지만 남겨두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내가 다시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데니스와 통화가 이루어져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날씨가 좋으니, 커피한잔 들고, 공원에서 같이 이야기하며 산책을 같이 하기로 했다.

 

                                            Gary......

                                        Denis....

 

데니스와 오후 1시에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산책을 다음날 같이가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날씨가 기온이 떨어진데다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불어댄다. 나는 어제의 날씨를 생각하고 봄잠바를 입고 나갔는데...이건 영 쌀쌀한게 ....차가운 날씨다. 약속시간에 커피샵앞에 데니스가 나와있다. 그런데 바람이 무척 불어대니까 그냥 자기 집으로 가자고 그런다. 그래서 길건너편 데니스의 콘도빌딩으로 같이 들어갔다. 이건물엔 오랫만에 들어온다. 피터집 건너편 유닛이라 같이 들어갔는데, 집은 좀 엉망이다. 차를 한잔놓고 소파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게리가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았다. 

 

게리는 오랫동안 Lupus 라는 질병을 앓아왔는데... (전신 홍반성 루푸스(루푸스)는 몸의 여러 부분을 침범할 수 있는 만성(지속성)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피부,관절,페,심장,뇌....온몸이 여기 저기가 아프다는 증상이 나타난다. )

늘 오늘은 이곳, 다른날은 저곳....등등으로 해서 시즌에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몸의 아픈곳이 여러곳에서 나타나는듯했다. 그래서 게리를 만났을때 만날때마다 다른증상으로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것같다. 나는 그병이 얼마나 심각한병인지 잘 몰랐는데...오늘 서치를 해보고서야 이해가 간다. 

 

아무튼, 데니스와 게리는 키치너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같이 살았던 게이 커플인데, 두사람이 나이 55세에 은퇴하고서 토론토로 이사왔다. 그래서 대략 20여년전부터 토론토에서 살고있었다. 내가 피터와 건너편 유닛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알게된 이웃이었다. 그래서 내가 시민권을 2006년에 받았을때 파티에 같이 초대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웃친구로 자주 왕래하는편은 아니지만, 이웃으로 어느정도 알고 지내는 정도다.

게리는 스페셜교사로 일해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카나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해서 가르치지 않아서 아마도 수업시간에 스페셜 교사가 따로 장애인을 도와주는 역활을 하는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게리는 성격이 다른사람을 늘 배려하는 사람이라 많은 사람들이 게리를 좋아한다. 늘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상대를 배려할줄아는 사람이라서 그런것 같다. 반면에 데니스는 좀 보수적이다. 그래서 자기마음에 않들면 노우 라고 말하는 성격이라서, 많은 사람들과는 어울리기 힘든 성격이다. 그렇다고 다른사람들과 많을것을 공유하고 즐길만한 자질이나 취미생활이 있는건 아닌듯하다. 그래서 정해진 틀안에서 자기방식대로 자신에게 맞는 사람들과 지내는 성격이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각방을 쓰면서, 연인이라기보다는 룸메이트 친구같은 개념으로 같이 살아왔다. 데니스는 자기는 지금까지 한번도 혼자살았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33살인가...그 즈음에 게리를 만나서 두사람이 늘 같이 살아왔다. 

 

데니스는 이스터 선데이 아침에 게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의 방으로갔다고 한다. 게리가 그동안 뭄에 통증이 심해서 마약성약인 몰핀에 의존해왔는데, 오랫동안 사용해와서 몰핀도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그런다. 데니스는 게리가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서 데니스가 팔로 게리의 목주변을 감싸서 안아주었는데, 게리가 고개를 데니스의 팔에 기댄채로 심장쇼크로 사망을 했다고.......

그래서 데니스의 팔에 안겨서 사망한 순간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데니스는 911에 콜해서 파라메딕을 보내주었는데, 그들이 오자마자 심장을 재생하는 시도를 한동안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병원으로 옯겨졌다고 그런다. 

데니스는 나중에 파라메딕요원이 병원에 보고하는 내용을 들었는데, 집에서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었다고.......

 

게리가 많은 통증과 증상으로 고생하는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증상을 가볍게 해줄수있는 방법은 없었던것같다. 사람들에게 늘 친절했던 게리를 사람들이 기억할것같다. 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약을 가져다 주었던 기억도 나고...데니스가  게리가 자신보다 먼저 죽을까봐 걱정한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데니스는 사람을 캐어하거나 집안일을 하는데 게을러서 그런것을 잘 못하는데, 게리가 그런것을 잘하는 사람이라서 그랬던것 같다. 그래서 게리가 자신이 나중에 죽게되면 누가 자신을 돌보아 줄것인가가 걱정이라고 해서..게리야 네가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도와줄께...걱정하지 말라고.....그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가 이사한 이후로는 서로의 소식을 잘 모르는 상태로 지내다 보니, 게리가 도움이 필요해도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게리가 다른사람을 불편하게 할것을 염려해서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겠지만....

 

데니스가 누군가에게 게리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되면 눈물이 나서, 나를 은행에서 만났을때 자신은 더 이상이야기를 할수가 없었다고 그런다. 그러고 보면, 데니스도 게리를 마음속깊이 생각하며 살았던것같다. 코비드 판데믹동안 장보는일 아니면 나가지도 않고, 사람을 절대로 만나지도 않았다는 데니스.... 그렇게 집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머리도 많이 길었고,...살도 많이 쪘다. 

 

은행에서 게리의 은행계좌를 클로징하고 있었다는 데니스...이젠 게리가 떠난후의 흔적들을 치우고 정리해야할 일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게리가 세상을 떠난후부터 매일 많은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전하느라 바빴다고 그런다. 게리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데니스와 이야기를 하는동안에도 전화가 계속 울리곤한다.  아무튼 지팡이를 짚고, 아침일찍 일어나 하버프론트로 걸어갔다 오던 게리의 모습...그 중간에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모습...그런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더 이상 통증이 없는 천국에서 평화롭게 지내시기를..........

 

게리의 잿가루를 보관한 병을 판데믹이 끝나면 키치너로 가져가서, 게리의 가족들과 친구들과...메모리얼 행사를 할생각이고, 그곳에 있는 묘지에 잿가루를 묻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옆에 데니스도 나중에 같이 묻힐것이라고.......

 

그렇게 데니스와의 시간을 보내고, 데니스의 집을 나서는데, 복도에서 피터의 집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그 대화가 끝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이젠 괜찮겠지하고 문을 나섰는데... 저쪽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피터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할수없이 피터랑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시간있으면 점심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가겠냐고 물어서...나는 이미 점심은 먹었다고....그냥 같이 가서 커피나 하는걸로 했다. 나는 피터가 쓰레기를 버리고 주변으로 걸어가는걸로 생각했는데...차를 타고 다른곳으로 간다고,,, 그래서 피터를 따라서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그의 차에 갔더니 피터의 현재 보이프렌드 데이빗이 차에 있다. 그래서 데이빗과 인사를 하고는 나도 차에 같이 올랐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어디로 나가서 점심을 사서 공원에서 먹자는....아로마 커피샵에서 픽업하자고 하는데....그들이 향한곳은 배더스트에서 핀치에 도착하기전....그곳에서 나는 사주는 커피를 들고, 차로 근처에 있는 유태인 홀로코스트 모뉴먼트가 있는 공원에 갔다. 배더스 스트릿이 유태인 거리이긴 하지만, 이곳에 홀로코스트 모뉴먼트가 있는줄은 몰랐다.

 

공원에는 바베큐를 하는사람도 있는데, 락다운 기간이라 바베큐가 금지되었다는 경고를 하는 시티공무원의 차도 보이고....

바깥에 나가니 공기도 차갑고 바람도 많이분다...나는 약간 춥지만.,,모 겨울도 아닌데... 데이빗은 이날씨에 아이스커피를 ......그러더니 다들 잽싸게 샌드위치를 먹고는춥다고 다시 차안으로 들어간다....그래서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길에 차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데이빗은 메디컬을 공부하는 학생인데...마스타 디그리,..그 이상을 할려고 생각한다고...그래서 앞으로 최소한 5년이상은 계속 공부해야 된다고..... 나는 친구들로부터 데이빗이 말이 엄청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만큼 또 아는것이 많다고 그러던데..나이어린 친구가 똑똑한가보다...나도 데이빗을 보는게 두번째이고 ..별로 이야기할 기회가ㅡ 없었는데... 내가 봐서는 그렇게 말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아무튼 이렇게 게리를 추모하는 하루를 보냈다.

 

6월30일.수요일.

 

오늘 그로서리 쇼핑을 가면서, 사진을 프린트할수있는 가게를 찾았다. 게리와 데니스의 사진을 프린트하려는 생각이다. 지난번에 7월엔가 게리의 메모리얼을 키치너로가서 할생각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이 나서, 메모리얼을 시작하기전에 프린트해서 전해줄생각이다.데니스는 컴맹같은 사람이라, 직접 프린트해서 갖다주어야 할것같다. 그래서 사진을 프린트하고서, 그로서리쇼핑을 끝낸다음에, 데니스한테 전화했더니 전화를 않받고 끊어버린다. 바쁜가보다 싶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집에서 저녁을 먹고...오늘 하모니카 연주를 녹화한 숙제를 선생님한테 보내고...그러다가 데니스한테 다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는다.그래서 내가 사진을 프린트해서 주고싶다고, 그랬더니...그럼 10분후에 자기집빌딩앞에서 보자고 한다....그래서 내가 사진을 들고가서 찾았더니, 그 빌딩에 루프로 가자고한다... 그래서 4층에 있는 루프로 갔는데... 저쪽에 내가 알고 지내던 예전의 이웃들이 한테이블에 3명 모여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간단하게 인사하고...

 

데니스와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내가 프린트한 게리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데니스가 게리 사진을 보자마자 눈가가 찌그러지더니 울음을 터트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나는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약간 당황스러웠다...그래서 테니스의 등을 토탁거려주며,,,팔도 만져주고 그랬다....데니스가 게리를 이렇게 많은 사랑을 여전히 품고 있었다는것을 알게 된것도 놀라웠다... 내가 이웃에서 살때는 그렇게 서로 애정을 가진사람들인지...생각지도 못했다. 게리도 바깥으로 많이 나다니고, 데니스도 다른 한국인과 친구이면서 가깝게 지내는사람이 있는데다가...서로 생활을 따로 하는듯한 모습이었는데....데니스가 게리를 많이 사랑한다고 그런다...게리는 부지런하게 요리를하고, 집안청소를 하고..바쁘게 움직이는 성격인 반면에, 데니스는 소파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게으른 천성을 가졌다고 그런다. 게리는 사진을 찍히는것을 싫어해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고....윗치아가 보기좋지 않다고 늘 윗입술로 윗치아를 가리곤 했다고....그러면서 내가 이혼하고 혼자있는 시간이 무척힘들었겠다고, 그런다. 그래서 나도 이혼한후에 갑자기 혼자있게 되어서 그때는 무지 힘들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너도 너의 규칙적인 생활규칙을 만들어서, 혼자있는 시간을 줄이고, 친구나 다른누군가와 보내는 시간을 만들고,,,, 집안에만 있지말고, 밖으로 공기를 마시러 나가고...그런식으로 스스로 방법을 찾는게 도움될거라고 말해주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혼자 있게 만들어두지 말라고....그랬더니 게리가 사망한 이후에 주변사람들로부터 많은 서포트를 받았다고 그런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오기시작하고, 그들과 전화로 통화를 많이 하기도 했고...나처럼 누군가가 나타나서 자신의 일을 도와줄때도 있고.....그래서 자신은 참 많은도움을 주변에서 부터 받아서 그런면에서는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데니스는 게리의 사진을 프린트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8월 28일엔가 키치너에서 메모리얼 행사를 하고, 그곳에 이미마련되어있는 가족묘지에 게리의 재를 묻을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거기 가기전에 이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메모리얼데이에 사용하면 좋을것같다고 그랬더니,그러면 너무 좋을것같다고, 사진액자를 사서 프레임에 넣을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보니 사실 데니스와 나 사이엔 별로 공감대가 없어서 할말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일어서서 나가는길에 저편에 앉아있는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고 같이 빠져나와서...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데니스한테 잘지내라고 인사하고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