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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생·각 시리즈 ( Gay's Opinion Series )

게/ 이/ 생/ 각/ 140

by 샘터0 2022. 1. 7.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용기를 내야 할때가 있다. 

초,중,고 시절에는 그런 용기를 언제 내야 하는건지 몰랐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봐도, 도움을 주려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면서 소극적으로 반응하며 지냈던 소심한 아이였다. 그당시 사회는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문화적으로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도와주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천시하는사람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었고, 나도 그런사람중의 하나였다고 해도 다름없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극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도움을 주려고 나서는 용기를 갖지 못한것이나 무시하는사람이나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행위라는점에서 동일한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다른사람을 도와주려는 용기를 낼수있게 만들어준 경험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추운겨울날 난방도 없는 제도 실습실에서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데, 갑자기 다리에 신경이 굉장히 긴장되는느낌이 들고, 걸음을 제대로 걷기가 어려웠다. 느리게 혼자서 걸음을 옮기면서 잠시 걸어가다가 쉬어가면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는길이었다. 나는 한참을 걸어서 집으로 가야했는데, 그래서 가는길에 쉬엄 쉬업 가다가, 힘들어서 그냥 서서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하는 내모습을 지나가는 중학생정도의 학생이 나를 부축해줘서 겨우 집에 도착할수 있었다. 나도 이런경험은 처음이어서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웠지만, 사실 도움을 청할 용기도 없어서 혼자 어영부영하면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내가 용기있게 도와달라고 할수 있었던 사람이었으면 도움을 빨리 받아서, 일찍 집에 도착했겠지만......

도움이 필요할때 다른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것도 용기이고 그사람의 능력이라는 그때 깨달았다.

 

그사건을 계기로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내 경험을 통해서 헤아릴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했다고해서 용기가 그대로 솟아나서 사람들을 도와주게 되는것도 아니다. 그후로 다른사람을 도와주려는 마음은 많이 늘어났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것은 여전했다. 

 

그런데, 내가 용기를 언제 내야하는지를 배운것은 운동권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자극을  받았다. 한국사회에 민주화를 이끌던 운동권 학생들을 통해서 나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것을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그렇다고 내가 운동권 학생이 될만한 그릇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그들처럼 한국사회나 정치적인 문제를 잘 알지도 못했지만, 그런 용기자체가 없는 소심한 사람이었고, 마음속으로 이 사회를 위해서 나는 무슨일을 할 수 있을까 !! 그런생각만 많이 달고 다니면서, 스스로의 열등감에 휩싸여 지내기도 했던듯하다. 

 

그러던 내가 살아가면서, 내 자신을 위해서 용기를 낸것은 "게이"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던것이다. 내가 그런 용기를 낼수 있었던것은 내가 자라온 환경이 어려서부터 내게 만들어준 가치관이다. 어려서부터 나는 어머님의 불행한 일생을 보고 자랐다. 외할아버지가 술집에서 자신의 딸을 다른사람의 아들과 결혼시키기로 하시고, 그당시의 관습에 따라 신랑이 될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결혼하신분이다. 그런데 신랑이 술중독에 집안에서 폭력을 사용하는사람이었다. 옆에서 그런모습을 늘 보고자란 나는 도대체 사람들이 왜 결혼하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에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결혼할 생각은 별로 없었고, 나중에 청년이 되었을때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결혼하는것은 미친짓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내가 용기를 낸 이유는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 나는 게이로 살아야 행복하겠다는것을 알았다.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게 마련이다. 나는 어머님처럼 불행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게이로 행복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니던 회사를 조기명퇴하고 카나다로 이민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는것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카나다로 이민와서 살면서, 카나디언들이 보여주는 친절함....그런것들을 보면서, 나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카나디언들은 상대방이 도움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망설이지 않고 다른사람들을 도와주는것을 일상속에서 많이 보게되고, 그런생활을 나도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것에 망설이는것을 아주 적게하고, 도움이 필요하다싶으면 다른사람을 도와주는것이 아무렇지 않은일이 되었다.

 

한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사람들에게 도와주는 용기를 내기가 쉽지않은 성격이라서, 어린이를 도와주는 단체에 매달 기부금을 내는것으로 대신했다. 그것이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었던 생각에서 가장 쉽게 누군가를 도와줄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매달 기부금으로 도와주다가 알게된 사실은,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하게 도와주는것이 그런단체에 힘이 된다는것이다. 특정한 시기에 많은돈을 내고 사회에 이름을 알리는 부자들도 있지만, 후원단체는 후원금액이 일정하게 들어와야 안정적으로 플랜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도와 줄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하다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친구를 게이단체활동을 하는중에 만나게 되었다. 나는 사실 뇌성마비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그런장애를 가진 친구에게는 어떤식으로 행동해야하는지 몰라서 처음에는 긴장을 했다. 다행히 그친구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생각지 못하게 개방된 성격인지 그런점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를 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뇌성마비단체를 후원하는 기부금을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부금을 매달 내는것을 시작해서 나는 다른사람을 쉽게 도울수 있다는것에 안주했다. 다른사람을 직접 도와줄 용기가 없을때는 이렇게 간접적인 도움으로 후원금을 내는것은 좋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이단체와 연관되어서 , 게이단체들의 모금이 있을때 조금씩 보태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뒤에서 지켜보며 박수쳐주는 나의 용기없는 행동들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사회에 얼굴을 내밀고, 게이들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는 젊은친구들에 대한 나의 지지를 보내주는정도이다. 그렇지만, 게이로서 게이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한국사회에서 게이들의 행복한 인생을 만들고 싶다면, 많은게이들이 조금씩 후원해주는 성금이 그들의 활동을 돕는데 작은 밑바탕이 될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게이들이라면 그런 후원금을 지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주고, 다른사람들을 도와주고...그런것들이 다른사람들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이상적인 사회로 가는길은 내 이웃이 행복하게 사는것이, 내 인생도 행복하게 살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생각이든다. 지금처럼 지나치게 부자인 사람들과 지나치게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만 계속 커지는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즐기며 살기에는 어려운 사회다. 나의 행복한 인생은 나 혼자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나와 함깨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고, 그런사람들이 늘어가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로 다가가는 방법일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용기를 가지고 일어서야 하는때가 있다. 

다른사람들의 의견을 전부 귀담아 들어보고는 자신의 생각대로 용기를 가지고 나서기 어렵다.

내가 생각해볼때, 이것이 내가 가야할길이라고 생각된다면, 용기를 내서 일어서야 한다. 

그때에 일어서지 않으면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대로 만들어갈수 있다.

그런 용기로 일어서더라도 실패할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성공하는길로 바로 들어서는일은 드물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기를 내야할때를 알고, 일어서서 나가는 사람들이 오늘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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